서울시 ‘막개발’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된 홍대앞 칼국수집 ‘두리반’의 농성이 크리스마스로 1년을 맞았다. 두리반은 24일 농성 1년 기자회견을 갖고 ‘막개발을 멈춰라’ 행사를 열었다.
‘두리반’은 서울 마포구의 재개발 반대의 상징이 됐다. ‘두리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포구청과 건설사가 협상에 나서 갈등을 풀어야 한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두리반은 정확하게 1년 전인 2009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강제철거’ 당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이었다. 건설사 용역 30여명은 칼국수집 두리반에 들이닥쳤다. 주인 안종녀씨를 비롯, 주방장과 주방보조를 구석으로 몰아넣은채 집기를 몽땅 들어냈다. 두리반에 철판까지 둘러친 용역들은 오후 6시에 이곳을 떠났다.
온 세상이 축복을 기원하는 크리스마스의 밤, 안종녀씨와 남편 유채림씨는 축복 대신 철판을 뜯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한 겨울 집기가 몽땅 뜯겨나간 가게 안에서 그렇게 ‘농성’이 시작됐다.
산타클로스는 있었다. 다음날인 26일 인천작가회의 이사들이 찾아와 지지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듬해 부터는 음악회가 이어졌다. 다큐상영회도 함께 였다. ‘사막의 우물 두리반’ 공연이 계속됐고, 3월에는 금요일마다 ‘칼국수음악회’도 열렸다. ‘막개발’에 저항하는 예술인들의 공연은 두리반에게 1년 내내 주어진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그렇게 1년이 흘렀지만 개발 주체들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시행사 남전DNC는 협상테이블 조차 마련하지 않은채 이주비 300만원만 제시하고 있는 중이다. 이 돈으로는 새 가게를 여는 것은 커녕 부숴진 집기를 다시 마련하는데도 턱없다.
그 사이에 두리반에는 전기도 끊어졌다. 마포구청은 단전 조처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경유 발전기를 지원하기도 했으나 “법적인 문제가 많다”는 이유로 실제 중재에는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
대책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개발만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구원한다는 신앙이 지배하는 이 땅에서 개발의 방해가 되는 철거민과 농민, 그리고 무수한 생명들은 배제되고 죽어가기 마련이다”라며 “이윤이나 경쟁 같은 기존의 가치들로는 단 하루도 유지될 수 없어 그 출발부터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었던 곳에서 연약하지만 끈질긴 꿈을 꾸어온 셈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두리반은 희망이다”라고 선언했다.
두리반에 올 겨울 ‘진짜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할 수 있을까. 현재 전망은 어둡다. 시행사 남전DNC는 용역업체 ‘삼오진 건설’을 고용했다. 삼오진 건설측은 지난 15일과 23일 두리반을 찾아 협박아닌 협박을 했다. 대책위 측은 “대책위를 무시한 채 안종녀씨와 유채림씨 개인과만 협상하겠다고 선포한 뒤 떠났다”고 전했다. 삼오진 건설은 이들에게 “12월 31일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 ‘삼오진 건설의 방식대로 두리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