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출시된 기아차 모닝을 제주도에서 시승했다. 왕복 100km의 구간에서 17.7㎞/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기아자동차에서 7년 만에 풀 체인지 경차 ‘모닝’을 내놨다. 경차는 취·등록세가 면제되고 자동차세는 연간 10만원 미만이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이용료, 혼잡 통행료까지 감면된다. 게다가 연비도 좋으니 실용적이다.
경차의 시작은 1991년 출시된 ‘티코’다. 사람들은 ‘휘발유 냄새만 맡고 간다’, ‘껌 붙으면 달리지 못한다’ 등 경차의 실용적이고 가벼운 특징을 빗대 이야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24.1㎞/ℓ에 이르는 연비는 모든 소문을 잠재우고 소위 ‘세컨드 카’ 붐을 일으켰다.
이후 경차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이동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비싼 차는 부담되던 곳엔 경차가 적격이었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방 중·소도시나 혼자 타고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하지만 날로 떨어지는 경차의 연비는 이름을 무색케 했다. 티코 이후 출시된 경차들은 경차답지 않은 넉넉한 실내공간과 편의사항을 자랑하다 연비를 놓쳤다.
국내 경차 시장에서 ‘티코’와 ‘아토즈’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마티즈’와 ‘모닝’의 시대가 됐다. 단 2종의 경차가 경쟁을 하며 연간 14만여 대가 팔려나갔다. 시장성은 있으나 다양한 차종이 나오기 힘들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힘든 시장. 바로 경차 시장이었다.
이름만 바뀐 차, 이름 빼고 다 바뀐 차
24일 제주도에서 만난 모닝은 이름만 빼고 다 바뀌었다. 반면 유일한 경쟁자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3월 중으로 쉐보레 브랜드를 달고 이름을 ‘스파크’로 바꾼다. 이름만 바뀌는 차와 이름 빼고 다 바뀐 차, 어떤 대결을 펼칠까?
7년 만에 새롭게 출시된 모닝의 시승 코스는 제주도 남쪽을 가로지르는 1132번 해안도로다. 해비치 호텔에서 중문단지까지 이어진 약 50㎞의 길은 편도 2차로의 직선 코스다. 경기도 인근의 한적한 국도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오름의 섬 제주인지라 나지막한 언덕이 끝없이 이어져 경차의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좋은 코스였다.
모닝은 998㏄ 82마력 카파 엔진이 장착됐다. 주목할 점은 기존 4기통에서 3기통 엔진으로 피스톤이 하나 줄어들었다. 3기통으로 바뀌니 소음과 진동은 커질 수 있겠지만 엑셀레이터 응답이 좋아지고 연비도 높아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멀리 지평선까지 보이는 길에서 엑셀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어림잡아 12~13초대, 기존 모닝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자동 변속기는 시속 50㎞를 넘자 4단까지 변속을 마쳤다. 시속 70㎞에서 엔진 회전수는 2000rpm이다.
이보다 더 달리면 연비가 나빠질 것이 예상된다. 현대차 아반떼 등에서 보였던 ‘ECO’모드가 적용됐다. 현재 운전 상태를 녹색과 흰색으로 구분해줘 연비 운전을 유도한다. 엔진 소음은 무난한 수준, 가속 성능은 이 차가 경차인 것을 상기해야한다. 달리기 성능에선 주목할 것이 없다. ‘역시 경차’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머릿속으로 ‘경차’임을 상기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차량 내부는 깜짝 놀랄 만큼 변화했다. 시승차가 1450만원의 최고급 풀 옵션임을 감안해도 경차에는 과도한 옵션들이 이어졌다. 버튼시동 스마트키, 전동 선루프, 7인치 DMB내비게이션까지 장착됐다. 심지어 핸들과 시트에 열선이 들어오고 ABS를 비롯해 차의 자세를 제어해주는 VDC, 여기에 유사시 핸들 작동까지 조절하는 MDPS까지 더해졌다.
30~40대 아이가 있는 주부를 대상으로 해서 여성 지향적인 옵션은 두드러진다. 운전석 화장 거울을 여니 6개의 LED가 아래에서부터 ‘도미솔~’ 순서대로 불을 켠다. 보는 재미도 있고 밝은 LED덕에 실용적이다. 도어 포켓은 널찍해서 휴대폰을 넣기도 좋고 오디오 아래 있는 센터페시아 컵홀더는 널찍하게 회전식으로 구성됐다.
시거잭과 파워커넥터가 따로 분리돼 동시에 전원 두개를 활용할 수 있다. USB를 연결해 음악을 듣는 단자도 마련됐다. 사이드 미러는 널찍하다. 하이패스가 내장된 룸미러는 볼록거울을 적용해 뒤차가 가깝게 보인다.
핸들을 잡으면 가죽의 느낌이 고급스럽다. 적어도 경차에서 느끼던 그것은 아니다. 게다가 열선이 내장돼 겨울에는 고급 승용차 부럽지 않다. 핸들의 디자인은 기아차가 패밀리룩으로 맞춰가는 중이다. 차량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같은 디자인이 핸들에도 적용됐다. 핸들 리모컨으로 오디오, 블루투스 전화연결이 작동된다. 모두 준중형 승용차에 적용되던 옵션이다.
시속 120㎞를 넘기자 소음이 두드러진다. 바람 많은 제주도를 감안해도 거슬린다. 시속 80㎞ 정도까지 부드럽고 조용하게 주행하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3기통 1.0ℓ엔진의 경차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된다.
고속주행 11㎞/ℓ, 연비주행 17.7㎞/ℓ기록해…
제주 중문단지까지 편도 50㎞를 고속과 퍼포먼스 점검을 하며 달리니 연비는 ℓ당 11㎞가 나온다. 시승을 위해 몰아붙인 것을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수치다.
돌아가는 길은 연비를 위해 노력했다. 시속 80㎞를 넘기지 않고 엔진 회전수도 2500rpm을 넘지 않았다. 정차하지 않고 꾸준히 달릴 수 있는 제주의 도로 사정이 연비 기록을 도왔다. 50㎞ 주행 후 기록은 17.7㎞/ℓ. 공인연비 19㎞/ℓ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성인 2명이 타고 실제 주행을 한 결과다. 연비를 위해서는 욕심을 버리고 마치 도를 닦는 기분으로 달려야 했다. 실제 주행에서는 이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정차시 공회전이 많은 서울 도심에서는 이보다 더욱 낮은 수치가 예상된다. 또 엔진 출력이 낮은 경차의 특성상 탑승 인원에 따른 무게 변화도 연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가장 많이 선택한 옵션은?
5단 수동변속기와 수동 에어컨, 13인치 휠 그리고 6개의 에어백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스마트팩이 880만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4단 자동변속기가 125만원, 차체자세제어장치인 VSM은 52만원이다. 여기에 가죽시트와 열선내장 시트, 14인치 휠을 추가한 <디럭스>는 1000만 원 부터다. 1050만원의 디럭스 스페셜 모델부터는 LED로 꾸민 외장이 제공된다. 또 MP3오디오를 비롯해 오토라이트가 제공되고 후방카메라를 포함한 DMB내비게이션, 15인치 타이어, 선루프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최고사양인 럭셔리에는 버튼시동 스마트키가 제공되고 핸들 리모컨과 블루투스 핸즈프리까지 제공된다. 또 디럭스 스페셜 모델에 제공되던 후방카메라를 포함한 DMB내비게이션이 90만원에 제공된다.
기아차측은 지난 10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은 결과 가장 많이 선택한 옵션의 가격이 1200만 원대라고 밝혔다. 최고사양 럭셔리에 선루프와 DMB내비게이션 정도가 추가된 금액이다.
경차를 선택하며 과도한 옵션은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처럼 느낄 수 있지만 차를 타는 시간동안 계속 접하는 사양은 외장이 아니라 내장임을 고려해 보면 이해가 된다. 또 옵션이라고 해도 선루프 35만원, DMB내비게이션 90만 원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돼 애프터 마켓을 이용하는 것 보다 경쟁력이 있다.
무난한 달리기 성능과 다양한 옵션 그리고 똑똑한 경쟁 상대가 없는 것이 모닝의 경쟁력이다. 수입 경차들은 이미 관세를 내는 순간 모닝과 경쟁할 수 없다. 반면 모닝의 경쟁 상대는 유럽이다. 기아차는 올 해 목표를 국내 10만대, 해외 12만대 판매로 잡고 있으며 내년에는 해외 판매를 14만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