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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판매 1위, 수입차에 당당한 그랜저

입력 2011.02.28 10:49

수정 2011.02.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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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뉴스팀 이다일 기자

불과 두 달이 지난 2011년, 자동차 시장에서 이보다 치열한 시절은 없었다. 2월 한달 동안에만 10여 차종이 새로 등장했다. 1월까지 합하면 자동차 시장의 신차전쟁은 뜨겁다. 오는 4월 서울모터쇼를 기준으로 예고된 신차들까지 감안하면 올해에는 도대체 어떤 차를 골라야 할지 머리가 복잡하다.

[시승기]단숨에 판매 1위, 수입차에 당당한 그랜저

지난달 13일 출시된 그랜저는 준대형 시장을 휩쓸고 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모았던 기아차 K7이 1월 400대 정도 감소한 2403대를 판매했고 GM대우의 알페온 역시 300대 감소한 1314대를 판매한 사이 그랜저는 하루 300대, 월간 1만대를 넘기며 ‘왕의 귀환’을 이뤘다.

‘왕이 귀환’은 수입차에 직격탄이었다. 3000만~4000만원대 수입 세단으로 인기를 끌던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도요타 캠리가 큰 폭의 판매 감소를 겪었다. 그랜저를 상대로 ‘기왕이면 수입차’라며 마케팅을 펼치던 수입차 업계가 그랜저의 귀환으로 얼어붙었다.

도심에서 다시만난 그랜저

지난달 거제도에서 시승 이후 아쉬움이 남았다. 뻥뚫린 거가대교를 달려본 것은 좋았지만 이 차가 많이 달릴 길은 도심일것이란 생각에서다. 잦은 신호대기와 정체로 인해 최악의 주행여건이지만 실생활에 가까운 주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서울 도심에서 그랜저를 다시 타보는 계기가 됐다.

[시승기]단숨에 판매 1위, 수입차에 당당한 그랜저

시승차를 타고 일단 북악 스카이웨이에 올랐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했지만 꼬불거리는 코너길은 강원도 못지 않다. 일단 차의 동력성능과 하체, 핸들링을 판단해보기는 좋은 코스다.

전륜구동의 세단 그랜저는 핸들링이 부드럽다. 한손으로도 쉽게 주차할 수 있다. 단단한 핸들링으로 유명한 독일산 세단들과 정반대의 세팅이다. 물론 전자식 제어를 통해 속도가 높아지면 핸들도 무거워진다. 하지만 시내에서 일상 주행에는 가벼운 핸들이 장점을 가진다. 최근에는 독일산 세단도 핸들이 가벼워지는 추세다.

핸들링은 장착된 타이어와 구동계의 차이와 세팅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랜저의 핸들링은 한국 지형에 맞춘 느낌이다. 좁은 주차공간과 복잡한 서울시내의 길을 달리기에 적합하다.

반면 하체는 단단해졌다. 가속페달에서 느껴지는 엔진의 힘도 듬직하다. 현대차 엔진의 급격한 발전이 발끝까지 느껴진다. 3.0ℓ람다Ⅱ엔진은 270마력(ps), 31.6㎏·m의 최대토크를 자랑한다. 상당한 수치다. 해외 유명 자동차 업체들이 자랑하는 첨단 엔진이 자연흡기 상태에서 배기량 1ℓ당 100마력(ps) 정도를 선보이는 것을 보면 이미 현대차의 엔진은 수치상으로 세계적 수준이다.

[시승기]단숨에 판매 1위, 수입차에 당당한 그랜저

가파른 언덕과 코너가 이어진 북악스카이웨이를 오르기 위해 수동변속모드로 변경하고 엔진 회전수를 높였다. 이 차의 엔진은 고회전형이다. 높은 rpm에서 최대 출력이 나오니 스포티한 주행을 해보기 위해서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니 앞바퀴가 헛돈다. 휠스핀을 잠시 일으키더니 출발한다. 코너를 지나며 감속과 가속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였지만 힘이 부족한 느낌은 없다. 사실 엔진출력 270마력(ps)이면 대단한 수치니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지금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가운데 200마력(ps)을 넘기는 차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그랜저의 출력은 대단하다.

등산은 합격, 하산은 아쉬워

북악스카이웨이를 오르는 동안 출력의 부족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더 밟기 두려울 정도다. 하지만 정상을 지나 하산때의 느낌은 조금 아쉽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제동성능은 좋으나 브레이크 페달의 감속 시점이 늦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즉시 브레이크가 작동되며 감속되는 독일 세단과 달리 감속이 시작되는 타이밍이 느리다.

하지만 풀브레이킹을 했을 때 제동거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핸들의 무게처럼 세팅의 문제다. 브레이크 타이밍은 운전자가 익숙해지면 문제가 없지만 시승차에서 느끼는 어색함은 아쉽다.

[시승기]단숨에 판매 1위, 수입차에 당당한 그랜저

일반적으로 제동에 필요한 힘은 가속에 필요한 힘의 2배가 넘는다. 즉 엔진이 바퀴를 돌리는 힘보다 2배는 큰 힘이 있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현대차의 가속 세팅이 독일과 일본의 유명 브랜드 자동차와 비슷해지고 있지만 브레이크 세팅은 아직 예전 느낌을 남기고 있다.

스스로 정지까지 하는 국내 최초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량 전방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 기능을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라고 한다. 주로 미국과 같이 장거리 주행을 많이 하는 나라에서 인기있는 기능이다.

1세대 그랜저에도 장착됐던 기존의 크루즈 컨트롤은 지정된 속도를 무조건 유지한다. 시속 100㎞/h에 세팅하면 언덕을 오를때면 자동으로 좀 더 가속해서 100㎞/h를 맞추고 내리막에서는 엔진을 적게 돌려 자연스럽게 감속한다. 하지만 앞 뒤차가 있고 차선변경이 잦은 우리나라 도로 환경에서 크루즈 컨트롤은 무의미했다. 여기에 레이더를 장착해 앞차와 거리를 맞춰 가·감속을 하며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정지시키는 기능을 추가했다.

주행차선에 있는 차만 인식해 거리와 속도를 유지한다. 복잡한 시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지만 고속도로에서 여유있는 주행을 하고자 한다면 충분히 우리나라에서도 실용성이 있다. 앞차와 거리를 조절하고 최대속도를 설정하면 범위 내에서 주행한다. 앞차는 “거참 꾸준히 따라오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랜저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도 기능이라면 이론상 서울서 부산까지 양반다리로 갈수 도 있다.

[시승기]단숨에 판매 1위, 수입차에 당당한 그랜저

그랜저에 장착된 정지까지 되는 크루즈 컨트롤은 포르쉐의 4인승 차 ‘파나메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일부 차종에만 적용됐다. 시승과정에서는 90도로 꺾어지는 코너길,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앞차가 정차 없이 출발하는 상황 등 특정 환경에서는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이 기능은 ‘운전편의사양’이다. 달리고 서는 것을 대신 해주는 ‘무족(無足)조종카’가 아니다.

한결 세련된 실내, 명차 벤치마킹의 흔적이 곳곳에

그랜저 시승회에 참석했던 기자들은 인테리어를 두고 한마디씩 했다. 어디선가 본 기능, 어디선가 본 모양이라는 것. 자동차가 기능과 구성에 한계가 있으니 비슷할 수 있다. 또한 좋은 것을 본따 만든다는데 소비자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앞좌석을 조절하는 전동시트 버튼은 벤츠의 그것을 꼭 닮았다. 보이는 곳에 시트와 똑같은 모양으로 있으니 직관적이고 편리하다. 속도계가 있는 계기판 역시 독일 유명차를 연상케 한다.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다이얼은 독일차의 센터 콘솔에 적용된 것과 유사한 모양이다.

하지만 일관된 디자인을 살펴보면 현대차의 아이덴티티가 담겨있다. 자동차의 실내는 외관 디자인과 다르게 진행된다. 디자이너 역시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용자의 관점을 고려해 버튼을 배치하고 시선까지 고려해 버튼의 색과 모양을 만든다. 최근 현대차가 비상등 버튼을 일정한 지점에 놓고 있는 이유가 대표적이다. 이번 그랜저에서 특이한 점이라면 윈도우 버튼이 뒤쪽으로 배치됐고 변속기 역시 뒤로 배치되면서 센터페이시아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시승기]단숨에 판매 1위, 수입차에 당당한 그랜저

넓어진 센터페이시아에는 많은 버튼을 배치했다. 이것저것 공부를 많이 해 지식이 넘치는 느낌이다. 지식이 넘치기보다 ‘도’가 통했다면 버튼의 수가 줄어들어도 될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몇 해 전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렉서스, BMW, 벤츠의 동급 차종을 놓고 비교시승을 하던 현대차가 생각났다. 세계적 명차를 벤치마킹 하려는 노력이 기자들에게 명차와 비교시승하라는 자신감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랜저의 실내는 자신감이 나타나 있다. 세계적 명차를 벤치마킹한 느낌이 가득하다. 지속적으로 진행중인 현대차 실내디자인의 아이덴티티가 좀 더 빨리 정착되길 기대한다.

서울서 분당까지 간선도로 달려보니…

시승의 종반부, 경기도 분당에 약속이 있어 퇴근시간 간선도로로 들어섰다. 라이트가 켜지자 그랜저의 독특한 라인이 살아난다. 헤드램프 위로 이어진 눈썹같은 LED램프와 함께 현대차에 이어지는 테일램프까지 낮과는 다른 모습이다. 막히는 영동대교 남단에서 주변차 운전자들의 힐끗거림이 느껴진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 가운데 하나인 그랜저 신형이 퇴근길에 나타나니 막히는 지루함을 눈요기로 달래는 모양이다.

하루종일 서울 시내를 오가고 북악스카이웨이에 올라 가혹한 주행을 했다. 지금까지 연비는 약 6.5㎞/ℓ, 3ℓ준대형 가솔린 세단이니 나름 괜찮은 수치다. 연비 기록을 리셋하고 조금씩 뚫려가는 간선도로에서 연비측정을 했다.

분당까지 달린 결과 연비는 12㎞/ℓ, 공인연비 11.6㎞/ℓ와 유사한 수준이다.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연비에 크게 개의치 않고 운전했음에도 괜찮은 성적이다.

그랜저는 고회전형 가솔린 엔진이다. 주행 습관에 따라 연비 차이가 느껴지는 이유다. 시내 주행에서는 1000~2000rpm대를 이용하며 부드러운 주행을 해도 힘이 넘친다. 가끔 추월을 해야한다면 변속기를 쉬프트 다운해서 치고나가는 맛도 쏠쏠하다.

여기에 안락한 실내와 넓은 공간은 덤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와 기능과 옵션에선 앞서고 브랜드 선호도에서는 일부 뒤처진다. 하지만 현대차가 제공하는 우리나라를 위한 특화 옵션이 매력적이다. TPEG기능을 탑재한 DMB내비게이션, 하이패스 내장 룸미러는 수입차에서 느낄 수 없는 편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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