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 “임권택 영화…시나리오도 나오기 전 출연 결정”

백승찬 기자

4년 만에 전통 한지 소재 ‘달빛 길어올리기’ 출연

강수연씨는 ‘칼 같은’ 사람이다. 약속을 하면 두 번 확인할 필요도 없다. 신작 <달빛 길어올리기> 개봉에 즈음한 기자와의 인터뷰 장소에도 일찌감치 도착해 있었다.

<달빛 길어올리기>는 <검은 땅의 소녀와> 이후 4년 만에 출연한 작품이다. 임권택 감독과는 <아제 아제 바라아제> 이후 22년, 박중훈씨와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도화> 이후 24년 만의 만남이다.

“엊그제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지나보면 다 엊그제 같잖아요. 함께 작품한 지 오래됐다는 걸 이번에야 느꼈어요. 출연은 안했지만 늘 붙어다녔거든요.”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에서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한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감독 지원으로 출연한 배우 강수연씨가 7일 서울 소공동 롯데시네마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photop1@khan.co.kr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에서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한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감독 지원으로 출연한 배우 강수연씨가 7일 서울 소공동 롯데시네마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photop1@khan.co.kr

<달빛 길어올리기>에서는 전통 한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감독 역을 맡았다. 그는 전주시 공무원(박중훈)과 티격태격하면서도 한지의 아름다움을 촬영해 나간다. 강수연씨는 “감독님이 그 연세에 100편의 영화를 찍고도 자기 것을 다 버리고 새 시도를 하는 모습이 감동스러웠다”며 “어려서 작품 할 때는 모르고 넘어간 것들을 이번엔 많이 느끼고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배역 예지원씨 역시 강수연씨의 추천으로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

5살 때부터 연기를 했다는 강수연씨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방송, 영화, 연극 등 온갖 작품에 출연했다. 출연작에 대해서는 자기조차 명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영화에 집중하면서 다작을 하지 않았다. 스크린에 뜸하게 등장하는 요즘은 영화 외적인 일로 더 바쁘다고 했다. 촬영장에서는 연기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촬영장 바깥에서는 영화에 관련된 여러 일을 직접 챙겨야 한다. 한 예로 강수연씨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으로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참석한 든든한 후원자다.

작품 선택의 기준은 ‘사람’이다. 장르, 배역에 관계없이 함께할 감독, 스태프, 배우가 우선이다. 임권택 감독과의 첫 만남이었던 <씨받이> 때도 감독과 만나기도 전에 하겠다고 나섰다. 임 감독의 팬이었기 때문이다. <달빛 길어올리기>도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에 이미 출연을 결정했다.

한류, 해외 합작 등을 통해 한국 배우들도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그 이전에 ‘월드 스타’라 불린 이는 강수연씨였다.

그는 “요즘 영화를 보면 연기 대회하는 것 같다”며 후배 연기자들을 칭찬했다. “예전에는 카메라 갖다 대고 인터뷰하면 대개 얼었다. 요즘엔 안 그렇다.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준비해 무서울 정도로 잘한다”는 것이 젊은 세대들에 대한 감상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배우 강수연씨에게 연기란 무엇일까. 그는 “영화는 꿈이고 연기는 현실이다. 연기는 죽을 만큼 어렵다. 전혀 즐겁지 않다”고 말했다.

“연기한 지 40년 넘었어요. 지금까지는 어리고 미숙해도 봐주셨으니, 앞으로 40년을 잘해야죠. 앞으로 40년을 제 정신 갖고 하는 거예요.”

미혼인 그는 다섯 마리의 동물(고양이 3마리, 강아지 2마리)과 함께 ‘동물농장’을 만들어 살고 있다. 좋은 배필을 만나지 못해 안타깝다고 전하자 “나보다 더 안타깝겠느냐”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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