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인도를 만나는 여행법..'인더월드' 고인석 대장

배낭여행자들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나라가 있다. 더러운 거리 풍경에 얼굴을 찌푸렸다가도, 사기를 당해 화가 치밀어도, 맑고 커다란 그들의 눈망울에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마는 곳. NO PROBLEM의 나라, INDIA가 바로 그 곳이다.

'진짜' 인도를 만나는 여행법..'인더월드' 고인석 대장

인도가 더 이상 위험하기만 한 곳이 아니라 이상적인 환상의 배낭여행 장소로 떠오르면서 인도 배낭여행 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여행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도/지중해 배낭여행 전문 ‘인더월드’는 특별하다. ‘인더월드’가 이끄는 한 달간의 인도탐방은 단순히 갠지스강에 가서 보트를 타고 타지마할에 우르르 몰려가 점프샷을 찍고, 인도 커리와 탄두리 치킨으로 인도 ‘맛만 살짝 보고’ 오는 뻔한 여행이 아니다. 대신 여행자들은 캘커타의 마더 하우스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숙식제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경비를 지출해야 하는 진짜 ‘관광’의 일부이다.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도인의 진짜 삶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 사흘 간의 봉사활동에서 여행자들은 인도인들의 고통을 보듬고 자신의 존재와 잊고 살았던 삶의 가치를 깨닫는다. ‘진짜’ 인도를 보여주는 ‘인더월드’의 대표 고인석 대장을 만나보았다.

인도/지중해 배낭여행사, 인더월드를 만들게 된 계기는?
여행은 학교나 사회에서 주지 못하는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지금 주위를 한 번 둘러보세요. 모든 사람들은 일에 떠밀려 살아가고 있어요. 업무, 시간, 경쟁이 나를 뒤쫓고 있어 사람들은 앞만 보고 달려가죠. 지금 세상은 여행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여행자와 소통하고 호흡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여행은 여행자에게 많은 것을 주고 여행자들은 좋은 추억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오죠. 하지만 추억과 여행에 대해서 공감하고 나눌 공간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인더월드는 처음에는 싸이월드 클럽으로시작했어요. 그 때가 2004년, 9월 26일. 제가 28살 때였습니다. 여행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여행문화를 나누고 여행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데에 취지가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10년 동안 인도를 80회 정도 다녀올 정도로 베테랑이 되었지만, 학생 때는 막연했습니다. 혼자만의 여행이었죠. 인더월드를 만든 확실한 계기는 타 여행사에서 인솔경험을 하면서 구체적인 공간과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면, 여행에 관한 다양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국내에는 많은 대형 여행사, 배낭여행사들이 있고 여행상품들은 조금만 검색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잘 만들어진 홈페이지에 번쩍번쩍하는 마감임박이 여행자의 마음을 조르고, 그 밑에는 199만 9천원. 이렇게 써져 있어요. 참가자들에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여행을 가는데 여행사들은 여행자, 즉 사람은 간과하고 상품, 참가비에 목적을 둡니다. 그들은 어떻게, 왜 여행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어요. 인솔경험을 통해서 많은 여행참가자들이 여행을 통해 변화를 하고, 인생의 전환점의 계기로 삼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사명감을 얻었습니다.

인더월드의 가치와 비전은 무엇입니까?
단순한 여행사로서의 확장보다는 여행자와 소통하고 여행문화를 이끈다는 사명감으로 인더월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00답게 살자” 라는 말을 자주하는 편입니다. 학생은 학생답고, 선생님은 선생님답고, 어른은 어른답게 살아야 한다. 생각하는데요. 인더월드도 인더월드답게 여행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가지고 여행을 진행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다녀오면 불만이 굉장히 많아요. 여행사는 단순히 상품만 팔려고 하기 때문이죠.
인더월드의 가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여행, 잊고 있었던 여행의 소중함과 여행자 사이의 징검다리가 되고 싶어요. 지난 1월에 다녀온 인도 59차 팀은 저에게도 뜻 깊은 여행이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예담이라는 친구가 인도 여행 한 달 만에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마지막에 소감으로 말했어요. 인도라는 나라 특성상 배탈도 많이 나고 1달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는데, 마지막에 어린 친구가 대견하게 이렇게 말해주니 뿌듯하더군요. 이런 일들을 겪으면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사명감과 희열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여행자들의 카페 같은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여행도 가고 봉사워크캠프도 진행하고 싶어요. 아직 배낭여행으로 가긴 조금 힘든 남미와 아프리카로 장소를 넓혀나가고 싶습니다. 단순히 여행상품을 파는 곳이 아닌 값진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또, 지속적으로 봉사나 등산, 독서모임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을 유지하려는 것이 저희의 가치이자 비전입니다.

대표님을 부르는 특이한 호칭이 있다고 하던데요?
저희는 인솔자를 대장이라고 부릅니다. 군대같다고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인솔자가 되려면 기본적인 소양과 마인드를 갖추어야 하고, 여러 사람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이 크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단순히 “따라오세요” 하는 여행가이드가 아닌 사전 준비를 많이 하죠. 팀원들이 믿고 따르기 위해, 대장이라는 호칭을 통해 책임감을 부여하려 합니다. 또,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이 대장이라는 뜻입니다. 수 차례의 인도 여행 경험과 인솔을 통해 현지 지식과 노하우를 쌓고, 한국에서 관련 서적을 공부하죠. 청소년 워크캠프 진행했을 때는 6개월 동안 준비하며 청소년 심리와 상담에 대해서 공부도 했습니다. 9박 10일 동안의 작은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이죠. 유적지를 찍고 돌아오는 관광이 아니라 한 달 동안 팀을 운영하고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여행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인도여행에 중점을 둔 이유는?
전 세계 여행을 다녀봐도 많은 나라에서 사람을 만나는 여행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잃어버렸던 자신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경험은 인도에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인도여행은 기억에 오래 남고 강렬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반복된 일상을 살아가면서 중요하지만 자신이 잃어버린 가치를 인도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인도를 통해서 회복하고 소중한 것을 찾아서 한국으로 돌아가죠. 그건 바로 가족과 삶의 보편적인 가치입니다.
한국은 빠르게만 돌아갑니다. 부모, 형제, 친구 같은 소중한 사람의 안부를 묻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인도는 느리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인정합니다. 어떠한 모습이라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인정해주죠. 나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뾰족한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와는 다릅니다. 팀원들은 인도에 가면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한국에서 잊고 살던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더군요. 인도와 인도인을 통해서 나 자신을 비추어볼 수 있습니다. 더럽고, 짜증나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나라, 바로 인도입니다. 그 묘한 매력 때문에 인도를 불평하면서 한국에 돌아온 여행자들도 다시 가고 싶어합니다.

워크캠프

워크캠프

인도여행에서 굳이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는?
인더월드 인도여행에는 캘커타 지역의 마더 하우스에서의 3-4일 동안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1950년 테레사 수녀가 캘커타 빈민들을 위해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에서 봉사를 합니다. 마더 하우스라고도 불리죠. 테레사 수녀님이 마지막 생애를 보냈던 봉사활동센터입니다. 이 곳에는 수 많은 여행자들이 자신의 사비를 들여서 봉사를 하러 옵니다. 짧게는 몇 일, 길게는 1-2년씩 궃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봉사를 해요. 제가 혼자 한 달 정도 봉사를 했었는데,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데도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는 것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06년에 광명시의 청소년 워크캠프 진행을 맡게 되었는데, 오전에는 마더 하우스에서 봉사를 하고, 오후에는 현지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고 환경미화를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단순한 인도에서의 봉사가 아닌 스토리가 있고 흐름이 있는 프로그램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강강수월래를 준비해가서 현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같이 하는 등, 봉사와 경험이 잘 어우러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짧다면 짧은 9박 10일 동안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행 팀에도 넣게 되었습니다.

워크캠프

워크캠프

여행자들이 마더 하우스에서 봉사활동은 어떻게 하나요?
캘커타에 도착하자마자 수녀님과의 면담을 통해서 어떠한 봉사를 할지 결정하고 자원봉사를 등록합니다. 총 7개의 자원봉사 센터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다이야단은 장애아를 돌보고, 깔리갓은 최초의 호스피스 시설인데요. 임종 직전의 환자들을 돌봅니다. 프렘단은 장기적인 치료를 하는 장애인들을 돕습니다. 기본적으로 매우 고됩니다. 그 많은 환자들이 벗어놓은 옷과 이불, 시트를 빨래하고 건조를 합니다. 또 식사를 돕고 청소를 하죠. 재미있는 것은 빨래하는 곳에 가보면 한국, 일본여행자가 많습니다. 보통 서양인들은 쉬운 일을 하려고 하는데, 한국, 일본인 여행자들은 산더미 같은 빨래를 보고 지나칠 수가 없어 손에 물 마를새 없이 열심히 일합니다. 짧지만 단순한 봉사캠프가 아닌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과 대화를 하고 봉사나 여행에 대해 공유하고 또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함으로써 남을 돕는 것이 아닌 본인이 성장해서 캘커타를 떠나게 됩니다.

워크캠프

워크캠프

지속적으로 캘커타의 마더 하우스에서 봉사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저는 꾸준히 인도인의 삶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여행자로서 겉에서만 보는 인도가 아니라 소외된 인도인들을 바라보면서 인도의 삶을 볼 수 있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각국의 여행자들을 통해서 저 또한 크게 성장했다고 봅니다. 팀원들은 짧게나마 해도 느끼는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꾸준히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크리스마스 이브 때 모든 전세계의 여행자들이 마더 하우스의 거실에 모여 공연을 했습니다. 다같이 모여서 성가를 부르고 음식을 나눠 먹던 그 따뜻한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반면에 힘들었던 것은 정을 주지 않는 것이었어요. 봉사활동을 하기 전에 교육을 받죠. 당신은 단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도 그 환자는 1년에도 몇 백, 몇 천명의 사람들을 만난다. 봉사는 열심히 해도 사랑은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규칙이었습니다.

2009년에 열린 디왈리파티

2009년에 열린 디왈리파티

대장님이 강조하는 지속 가능한 여행과 여행자들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점은?
여행은 또 다른 인연을 만나는 것입니다. 여행 전에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준비를 합니다. 사전 설명회와 예비모임을 개최해서 팀원들과 만남을 갖죠. 또 꾸준하게 팀원들을 분석합니다. 여행을 다녀와서는 회장과 총무를 뽑아 MT를 진행하며 한 달 동안의 추억을 다시 나누죠. 매 달 자유로운 모임을 통해서 꾸준히 만나고 있습니다. 저희 사무실 자체가 여행자들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노력합니다. 항상 열려있고 여행 관련 서적을 자유롭게 대여하죠. 앞으로 인도영화를 상영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발리우드가 참 매력적이거든요.
또, 매 년 한번씩 디왈리 파티를 합니다. 디왈리는 인도 새해맞이 축제를 일컫는데요. 클럽 시작 때부터 열린 디왈리 파티는 여행을 좋아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매년 150명 정도 참여하고, 음식을 나눠먹고 재능을 나누고 자신의 장기나 공연을 보여줍니다. 지난 번에는 여행 바자회를 개최해 수익금을 인도로 보냈습니다. 사회는 삭막하지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사람들은 변한다고 생각해요. 디왈리 파티, 그 안에서도 작은 인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행이라는 테마로 나눌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현재, 60차까지 수 많은 팀원들이 있는데 1차 팀원들부터 최근 차수 팀원들이 모두 모입니다. 배낭여행의 희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1달동안 끈적한 인연을 쌓은 팀원들이 여행을 마치고 일상을 보내다가 다시 모두 모이고, 같은 팀원이 아니더라도 여행이라는 주제로 가장 빨리 친해질 수 있어요. 여행을 다시 가기는 힘들지만 디왈리 파티를 통해서 다시 인도에 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추억을 되새김질할 수 있다는 것만해도 지속가능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단비/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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