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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생태공동체를 탐방하다

입력 2011.03.28 10:52

생태공동체, 보통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낯선 단어이다. 그런데 2007년부터 약 1년여 동안 전 세계 곳곳의 생태공동체를 12곳이나 탐방한 용감한 여인이 있다. 공동체생활을 꿈꾸는 김송두연 씨(33)가 바로 그 주인공. 어린 시절부터 새로운 생활양식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다는 그녀의 생태공동체 탐방기를 들어보자.

공동체 생활 중 찍은 김송두연씨의 모습

공동체 생활 중 찍은 김송두연씨의 모습

생태공동체라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데 정확히 생태공동체가 무엇인가.
생태공동체는 지속가능한 삶을 살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 생태계에 최소한의 영향만 주는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간적 규모의 공동체다. 생태공동체 연합체에서는 생태공동체를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영성적 이렇게 네 가지로 차원으로 정의한다. 생태적 측면은 친환경적인 건축물, 유기농 채소 재배, 종 다양성 보호 등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의미하고, 사회적인 측면은 현대의 개인주의, 고립, 경쟁과 대조적으로 협업, 공동체 내 상호 돌봄, 조직의 수평구조, 의사결정의 민주성 등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를 소외시키지 않고, 차이를 존중하는 것도 포함된다. 경제적 차원은 자원을 공유하고, 공동체 경제자립도를 높여 외부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지향한다. 때로는 지역화폐를 만들어 돈이 공동체 안에서 순환되도록 하며, 상품 교환관계를 호혜적 관계로 전환하여 공동체성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영성적 차원은 공동체 문화 활동, 의례, 기념식을 장려, 영성에 대한 존중을 의미하며,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자연이 연결되어 있고, 상호의존적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생태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한창 환경에 대한 담론들이 대두될 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기 시작했고 개인적으로 혈연 중심적이고 가족중심주의가 강한 현대 핵가족 체계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혈연을 넘어서 핵가족이 아닌 좀 다른 삶의 형태로 살고 싶단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다르게‘ 살아야 할지 모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생 때 유럽의 코하우징(Co-housing)이라는 공동주택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게 되면서, 공동체적인 삶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후 계속해서 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그리고 생태적인 삶에 대한 문제의식과 결합되어 생태 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탐방할 생태공동체를 선택했던 기준이 있는가.
GEN(Global Eco-Village)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생태공동체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GEN은 전 세계 생태공동체 네트워크이며, 그 웹사이트에서 생태적 삶을 일구고 있는 전 세계 공동체들의 리스트를 찾아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소개된 공동체 사이트를 하나하나 방문하며 소개 글을 읽고 공동체 성격을 파악하여 역사와 규모가 있는 공동체부터 선택했다. 공동체 역사와 오랫동안 공동체를 유지하는 성공비결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종교 공동체는 제외하고 생태적,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형성된 공동체부터 탐방하기 시작했지만 공동체 탐방 기행 막바지에는 종교, 영성 공동체 세 곳도 방문했다. 하지만 실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모습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보고 싶어서 일부로 신생 공동체 몇 군데를 접촉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머무른 생태공동체는 어디였는가.
내가 탐방한 생태공동체는 덴마크 3곳, 독일 5곳, 레바논 1곳, 프랑스 2곳, 영국 1곳 총 12곳이다. 처음 방문했던 곳은 덴마크의 스반홀름 공동체였다. 2007년 덴마크의 Folkhigh school(평민대학) 과정을 이수하면서 덴마크를 기점으로 공동체 탐방을 시작했다. Folkhigh school은 그룬트비히(Grundvig)가 농민, 노동자를 위해 설립한 성인교육기관으로, 학생들의 능력을 점수로 매겨 서열화 시키지 않고 학생들이 개성과 재능을 발휘하면서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대안교육 체계이다. 이곳은 잘 알려진 공동체로 한국에서부터 알고 있었던 곳으로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

덴마크 스반홀름 생태공동체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스반홀름은 유기농업으로 유명하고 식량 자립도도 높은 편이었다. 공동체 건물을 스스로 짓고, 공동체 유치원도 있다. 또한 공동체 구성원이 외부 인력을 고용해 사업도 하고 있었다. 경제 자립도도 높은 편이었는데, 그렇기에 다른 공동체에 비해 공동체 노동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듯 보였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외부에서 일하지 않을 경우엔 공동체 내 여러 노동팀 중 하나를 선택해 노동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빌딩 그룹에서 일했다. 이 공동체는 수평구조를 지향하기 때문에 작업장 내 리더가 없었다. 매일 아침 작업 전에 모두가 앉아 회의를 하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는 작업장에서 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요 결정사항은 만장일치제로 결정되기 때문에 끊임없는 토론과 구성원들의 참여가 요구되었다.
또한 이곳은 경제수입을 공동체가 공동으로 소유한다. 그래서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진 모든 서비스(건축비, 수리비, 식비, 거주비 등)는 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또 공동체 안에서 돌봄을 중시하고 그에 대한 배려를 해 주고 있었다.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1년간 공동체 노동에서 제외시키고, 출산 후 2년간은 부모 중 한 사람이 아이를 키우고 돌볼 수 있도록 필수노동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실제 빌딩 그룹의 젊은 남성은 다른 사람들이 4시에 퇴근할 때 2시 30분에 작업을 마쳤다. 알고 보니 유치원에서 아이를 데려와야 하기 때문에 일찍 퇴근하도록 배려해 준 것이었다.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 그런지 굉장히 흥미롭다. 다녀본 곳들 중에 가장 특이했던 공동체는 어디였는가.
공동체들마다 각기 다른 특징이 있었는데 내 기억에 가장 특이했던 공동체는 독일의 니더카우풍엔(Niederkaufungen)이라는 독일 좌파가 만든 정치공동체였다. 이곳은 100% 공동경제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구성원의 모든 수입을 한 곳에 모아놓고,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쓰게끔 하고 있었다. 구성원들 간에 신뢰가 없으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이다. 사무실 한 구석에 현금 박스가 놓여있고, 그곳에서 구성원들이 필요한 만큼 돈을 가져가고 사용내역을 기록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또 Free Love를 중시하는 독일의 ZEGG 공동체가 기억이 남는다. 사랑과 섹슈얼리티의 문제가 사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슈로 여기고 역사, 문화적으로 어떻게 섹슈얼리티가 규정되고 억압되었는지 이해하고자 하며, 일대일의 닫힌 관계가 아닌 열린 관계를 성찰하는 곳이었다. 자녀 셋을 가진 부모의 사랑이 1/3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자녀 모두를 사랑하는 것처럼,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자기 책임과 상호 소통, 신뢰 등을 전제하고 개인의 감정을 존중해주는 곳이었다.

독일 지벤린덴(Siebenlinden) 공동체의 스트로베일 하우스(Strawbale House) 건축 현장

독일 지벤린덴(Siebenlinden) 공동체의 스트로베일 하우스(Strawbale House) 건축 현장

독일 지벤린덴(Siebenlinden) 공동체 내 원형극장에서 공동체 모임을 하고 있는 모습

독일 지벤린덴(Siebenlinden) 공동체 내 원형극장에서 공동체 모임을 하고 있는 모습

여러 곳의 공동체를 탐방하면 분명 생각과 달랐던 공동체도 있었을 것 같은데.
물론 있었다. 중동 레바논의 ‘에코빌리지’ 공동체였다. 그곳은 레바논의 거부가 산의 일부를 사들여 ‘에코빌리지’라는 공동체를 세웠는데, 필리핀, 스리랑카 이주 노동자 5명을 고용해 농사, 건물 짓기, 청소, 주방일 등을 떠맡기고 있었다. 모든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참여하면서 일하고 공동체적 삶을 일궈나가는 것이 아니라, 레바논 중산층에게 친환경적인 색다른 여가 기회를 주는 에코 투어 형식으로 ‘에코빌리지’를 상품화하여 돈을 벌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들의 착취를 통해 운영되는 곳이라 최악의 경험이었고 기대했던 바와 달라 실망을 많이 했다.

생태공동체를 탐방하면서 기존의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막연하게만 상상했던 생태공동체들을 직접 보고 체험해 보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삶의 방식에 대해 구체적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좋았다. 일종의 삶의 모델을 찾았다고나 할까.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생태공동체를 택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통째로 바꾸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작은 불편함도 귀찮아하는 현대 도시인들과 비교해 식탁에서부터 집 건축물, 화장실, 농장까지 어떻게 하면 좀 더 생태적으로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생태적인 삶은 물질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하고 자연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 내가 독립적이고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자연에 의존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서 나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더 넓어지고 좀 더 여유로워졌다.

꿈같은 생태공동체 생활이지만 그 곳에도 문제점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 생태공동체를 가보기 전에는 그저 이상적 모델, 대안으로만 여겼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동체를 만들고 다른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공동체 정의와 상을 가지고 공동체에 들어와 살아가지만, 구성원들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한 공동체에서는 ‘생태적 삶’에 관한 이념이 달라서 심각하게 갈등하고 있다. 한 쪽은 공동체 식사에서 버터, 우유 등 동물성 재료를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생태적인 건축물과 생태적 화장실을 생태적 삶의 척도로 삼는 입장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이다. 공동체에서는 갈등을 직시하고 함께 계속 토론하고, 갈등 해결을 위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오랜 역사를 지닌 공동체들은 젊은 구성원들이 부족해 그 공동체를 이끌어 갈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재생산의 문제가 있었고, 많은 공동체들이 경제난을 겪고 있었다.

앞으로도 생태공동체를 더 탐방할 생각이 있는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향후 5년 안에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생태공동체를 방문해 볼 생각이다. 하지만 계속 공동체 기행만 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 생태공동체 운동이나 도시 공동체, 학교 공동체 활동 등 어떤 방식으로든 공동체적 삶을 증진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고, 언젠가는 직접 생태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게 꿈이다. 생태공동체 탐방을 하면서 공동체 삶이 낭만적이거나 아름다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두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기회가 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

강민경/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인턴기자(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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