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畵류계의 세시봉’ 김홍희·류연복·박남준·임의진·한희원씨
‘화(畵)류계의 세시봉’이라 불릴 만큼 남다른 우정을 나누고 있는 사진작가 김홍희, 목판화가 류연복, 버들치 시인 박남준, 다종예술가 임의진, 서양화가 한희원씨가 19일부터 31일까지 공간 루 정동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연다.
서로 다른 얼굴만큼이나 이들의 예술 세계는 상이하다. 하지만 이들의 작품은 함께 두어도, 서로 떼어 놓아도 낯설지 않고 조화롭다. 마치 서로 다른 길이여야 제대로 조응하는 손가락처럼.
평소 이들은 각자의 터전에서 홀로 작업을 한다. 흩어져 지내던 이들은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싶거나, 또 누군가를 위로해야 할 때 말하지 않아도 하나둘 모인다. 마치 자석에 끌리듯.
“지난 겨울… 너무 춥고, 너무 어려워서… 사는 게 왜 이러냐고 한탄들을 많이 했습니다. 쓸개 없이 (퍼주기만 하고) 사는 우리가 이럴진대, 남들은 오죽하겠느냐? 뭐라도 해보자고 했습니다.”
임의진씨는 각박한 삶에 지친 도시인들을 잠시라도 위로해 주고 싶어서 ‘우리들’이 뭉쳤다고 말했다. 그는 덕수궁 돌담길을 거닐다 전시장에 들러 전시회도 보고, 차도 마시고, 격의없이 놀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회 제목 ‘오(五)! 해피데이’처럼 지친 현대인들에게 조금이나마 ‘근사한 날’을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총 50작품이 걸린다. 사진작가 김홍희씨는 무변광야의 황량함과 그리움을 주제로 남미의 오지와 사막을 렌즈에 담아 보여준다. 판화가 류연복씨는 들과 섬을 주제로 한 신작을 공개한다. 망망대해 속의 섬을 통해 인간의 고독, 강인함을 묘사하고 있다. 공지영씨의 소설 <지리산 행복학교>의 주인공이기도 한 버들치 시인 박남준씨는 지리산의 소박한 꽃과 집들을 내놨다. 붓으로 그린 서화는 시인의 마음결을 닮아 곱고 순수하다. 서양화가 한희원씨는 그늘진 벽에 기댄 사람들을 연작으로 담아 소외계층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인이자 목사, 월드뮤지션이자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임의진씨는 혁명가 체 게바라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원색의 투박한 붓질만큼이나 세상과 인간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이 묻어난다. 전시 첫날인 19일 오후 7시에 갤러리 한쪽에서 오프닝 세리머니 공연도 갖는다. (02)765-1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