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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쳐 도망가도 총 쏘고 쓰러지면 확인사살 … ‘인간 사냥’

입력 2011.07.24 21:48

수정 2011.07.2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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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선 기자

노벨평화상의 도시 한복판서 ‘9·11’ 방불 폭탄테러

1시간 후 경찰복 입고 우퇴위아섬 침입 무차별 공격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한산했던 지난 22일 오후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의 중심가. 노르웨이 최대 타블로이드 신문인 VG의 욘 마그누스 기자는 책상에 앉아 칼럼을 마지막으로 손보고 있었다. 그때 느닷없이 정체불명의 강력한 힘이 그의 의자를 뒤로 밀쳤다. 그는 “오후 3시26분쯤 갑자기 빌딩 전체가 춤추는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헤엄쳐 도망가도 총 쏘고 쓰러지면 확인사살 … ‘인간 사냥’
헤엄쳐 도망가도 총 쏘고 쓰러지면 확인사살 … ‘인간 사냥’

피요르드 해안과 침엽수림, 노벨평화상으로 유명한 북유럽 평화의 도시 오슬로에서 사상 처음으로 폭탄테러가 발생한 순간이었다. VG 건물에서 수백m 떨어진 정부청사 인근이 테러 장소였다. 경찰은 소형화물차에서 비료와 연료를 혼합해 만든 폭탄이 폭발했다고 밝혔다. 168명의 목숨을 앗아간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폭탄테러 때 쓰인 폭탄과 같았다.

폭발의 위력은 대단했다. 17층짜리 정부청사 유리창들은 산산이 부서졌다. 거리는 건물 잔해와 고무, 뒤틀어진 금속 조각, 주인을 잃은 서류더미로 가득 찼다. 거대한 먼지 구름이 시내 중심가를 뒤덮었다. 한 관광객은 AP통신에 “9·11 테러 직후의 뉴욕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정신이 멍해진 상태로 거리를 돌아다녔고 앰뷸런스 소리도 요란했다. 7명이 사망했다.

1시간쯤 지난 오후 4시30분. 오슬로에서 약 30㎞ 떨어진 우퇴위아섬에서는 10대와 20대 청소년들이 야영장과 식당에서 삼삼오오 모여 오슬로를 덮친 테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집권 노동당이 마련한 여름캠프 행사였고, 당초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의 강연도 예정돼 있었다. 일부 청소년들은 전화로 가족들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청년노동운동 부대표 프라블린 카우르(23)는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는 섬에서 오히려 안전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퇴위아섬이 ‘지옥’으로 바뀔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헤엄쳐 도망가도 총 쏘고 쓰러지면 확인사살 … ‘인간 사냥’
헤엄쳐 도망가도 총 쏘고 쓰러지면 확인사살 … ‘인간 사냥’

경찰 복장을 한 남자가 작은 배를 타고 섬에 내린 것은 오후 5시쯤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오슬로 테러 이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섬에 들어오는 길이라고 말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텐트촌 안으로 들어서더니 “모두 가까이 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경찰복 차림의 그에게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자동소총을 꺼내든 그는 약 700명의 14~25세 청소년들을 무차별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비명을 지르며 호수로 뛰어들었다. 일부는 지하와 산턱에 몸을 숨겼다. 죽은 척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쓰러진 이들을 확인 사살하고 헤엄쳐 도망치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조준사격을 했다. 아드리안 프라쿤은 인디펜던트에 당시를 이렇게 전했다. “나는 땅바닥에 누워 죽은 척했다. 그는 바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었는지 살았는지 살펴보았다. 그 사람은 매우 확신에 차 있었고 차분했으며 절제돼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총격은 90분가량 이어졌다. 최초 신고가 접수된 뒤 경찰특공대가 출동하는 데 50분이 걸렸고 우퇴위아섬을 둘러싼 호수까지 도착하는 데 20분, 다시 보트를 구해 섬에 들어오는 데 20분이 더 지났다. 헬리콥터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었다. 오후 6시20분 특공대가 우퇴위아에 도착했고 35분쯤엔 용의자를 체포했다. 경찰은 그가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비크(32)라는 노르웨이 남성으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체포 당시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85명이 사망했고 실종자가 더 남아있어 희생자는 98명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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