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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이 돼버린 꿈의 휴양지

입력 2011.08.05 21:57

수정 2011.08.0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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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대한항공 801편 괌에서 추락

1997년 8월6일 새벽 1시40분(한국시간 0시40분)쯤 “탑승하고 계신 대한항공 801편은 5분 후 괌 아가냐 공항에 착륙합니다.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십시오”라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가족 단위 피서객과 신혼부부가 많았던 기내에는 ‘태평양 꿈의 휴양지’에 도착했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하지만 2분 후,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설렘이 불길한 예감으로 바뀌는 순간 비행기는 정글 속으로 내동댕이쳐지며 폭염과 함께 세 동강이 났다. 공항에서 남쪽으로 4.8㎞ 떨어진 ‘니미츠 힐’ 중턱 밀림에 추락한 것이다(사진·경향신문 1997년 8월7일자 1면). 승객과 승무원 254명 중 229명이 사망하고 25명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사고현장은 비행기 잔해와 시신이 뒤엉킨 ‘생지옥’이었다. 당시 경향신문은 현지에 마침 출장 중이던 오광수 기자(현 엔터테인먼트부장)가 있어 메모리얼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생존자 인터뷰 등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생존자들은 “눈을 떠보니 옆자리에 있던 가족들은 사라지고 없었다”며 “엄마를 찾는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불타는 비행기에서 죽기 살기로 탈출과 구조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구조된 한 생존자는 “우리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졌다. 사고 비행기에 타고 있던 아내와 자녀를 졸지에 잃은 대한항공 괌지점장은 자신의 슬픔을 뒤로 한 채 사고 수습에 전념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1983년 옛 소련 미사일에 격추된 대한항공 007편 사고로 남편을 잃은 한 재미교포는 이번엔 여동생의 사망 소식을 들어야 했다. 특히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가족여행이 많아서 일가족 참사가 많았다. 차세대 정치인으로 주목받던 국민회의 소속 신기하 의원 부부가 지구당 연수를 가던 중 참변을 당했으며, 인기 성우 부부였던 장세준·정경애씨도 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괌에는 제11호 태풍 ‘티나’ 탓에 양동이로 물을 쏟아붓는 듯한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악천후 때 조종사의 착륙을 지원하는 공항의 유도장치(활공각 지시기)도 고장 난 상태였다. 자동착륙은 불가능했고 시계 제로의 상태에서 조종사의 육안에 의존해 착륙해야만 했다. 블랙박스 분석 결과 수동착륙을 하던 중 고장 났던 유도장치가 갑자기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종사들은 당황했고 유도장치의 오작동 신호를 정상적인 것으로 판단, 기체를 지나치게 낮은 고도로 하강시켰다. 충돌 3초 전 뭔가 잘못됐다고 인지하고 기체를 상승시켰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2년여의 조사 끝에 미국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악천후 상태에서 안전장치를 믿은 조종사 실수와 안전장치의 오작동, 미국연방항공국의 관제시설 관리 부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고가 났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하지만 조종사 과실보다 미국 측의 책임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선 부상자와 유가족들이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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