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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참극은 이슬람에 대한 또 하나의 ‘나치즘’

입력 2011.08.08 18:44

세계 곳곳 폭력 정당화…한국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

노르웨이 석학 ‘평화학의 창시자’ 요한 갈퉁 교수 e메일 인터뷰

‘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세계적 사회학자 요한 갈퉁(81)의 손녀는 지난달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참극을 벌인 그 우퇴위아섬에 있었다. 총격이 시작되자 그의 손녀는 녹색 비옷을 뒤집어쓰고 바위 뒤에 위장해 있었다. 바위의 다른 편에는 브레이비크가 서서 총을 쏘고 있었다. 한 해 살인이 40건 정도 일어나는 노르웨이에서 77명의 사람이 하루에 죽는 일이 벌어졌다.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노르웨이 출신인 데다, 손녀가 참극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갈퉁의 소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브레이비크를 ‘테러리스트’로 부르지 말자고 주장한다. ‘테러리스트’라는 말은 너무나도 남용되고 있는 미국적 어휘이며 테러리스트를 ‘단지 나쁜 놈, 악마’로 규정하고 더 생각해 볼 가치가 없다고 치부해 버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갈퉁은 지난 7일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일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대화를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상대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는 현실이 브레이비크와 다를 바가 무엇이 있느냐는 성찰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악랄한 행위에 맞서, 매우 아름다운 연대가 진행되고 있어요. 그러나 노르웨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질렀던 것과 같은 일들이나 혹은 더 나쁜 일들에 대해서는 반성이 없으며, 계속해서 리비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행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참극은 이슬람에 대한 또 하나의 ‘나치즘’

이번 테러가 이슬람 세력의 소행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깨고, 극우 성향의 브레이비크가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에 대해서도 갈퉁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슬람 공포증은 서구 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서구 세계가 쇠퇴하고 있다는 절망적인 생각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갈퉁은 이번 테러를 ‘나치즘’의 발현이라고 규정한다. “브레이비크에 있어서 적은 유대인이 아니라 무슬림이었고, 그에게 가장 큰 죄악은 인종이 섞이는 문제가 아니라 다문화주의가 이슬람권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는 일”이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치즘은 (자신들이) 쇠퇴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희생양을 찾거나 싸울 대상을 찾는 보편적인 반응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가 향하는 비판의 초점은 브레이비크가 한때 몸담았던 노르웨이 진보당 같은 극우세력만을 향해 있지 않다. “(진보로 분류되는) 노동당 또한 미국을 쫓아 이라크에 비전투병을, 세르비아·아프가니스탄·리비아에 전투병을 파병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그들은 대화나 갈등의 냉철한 분석, 다른 정당이나 중재자들을 이해하기보다는 폭력을 더 선호합니다.” 그런 점에서 갈퉁은 “몇몇 노르웨이 사람들이 폭력을 정당화하는 결론을 낸다 할지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생각을 확장할 때, 갈퉁은 노르웨이라는 한 국가만이 브레이비크를 만든 것이 아니라고 본다. 실제 브레이비크가 한때 몸담았던 진보당 같은 조직은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해 거의 아무런 것도 설명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브레이비크는 노르웨이가 아니라 인터넷이 만들었습니다. 최근 세대들은 비조직적으로, 인터넷으로만 연결된 고립된 외로운 개인들입니다. 브레이비크는 그와 유사한 누군가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한 것입니다.”

이 말에서 브레이비크가 찬양했다고 말했던 ‘한국’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 등과 함께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꼽기도 했다. 갈퉁 또한 “폭력은 대화하지 않고도 상호 참조가 가능하다”며 “미국이 직접적으로 관련된 갈등 상황과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노르웨이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을 닮아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앞서 갈퉁은 지난달 29일 미국의 독립언론 ‘데모크라시 나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테러가 “미국이 이슬람 국가들에 한 공격의 이데올로기와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 총리가 “더 큰 민주주의와 인류애로 대응하겠다”는 아름다운 연설을 했지만, 노르웨이 또한 탈레반을 공격하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희생자이자 동시에 범죄자”라고 말했다. 갈퉁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노르웨이 총리가 말한 더 큰 민주주의가 무엇을 뜻하는지, 노르웨이의 아프가니스탄 학살에 대해 개방적이고 투명한 대화를 시작해 나가는 일을 포함하는 것인지를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어쩌면 단순하다. “탈출구로서 폭력을 찾거나 증오를 설교하는 이들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폭력 상황에서도 풀리지 않는 갈등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에게 되묻기를 권한다. 극우 세력들에 대해서도 “그들에게 다가가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면서 “그들은 매우 이야기하고 싶어하며 (대화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갈퉁은 ‘데모크라시 나우’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들을 이해해야 하며, 이해한다는 것은 받아들인다기보다 우리의 몫을 나누는 일”이라며 “이러한 개방의 가능성은 탈레반, 하마스, 헤즈볼라, 알카에다에게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갈퉁은 ‘차이’를 인정하는 데 익숙하지 못한 한국 사회에 대해 “우리와 다르면 잘못됐고 위험하다는 생각에서,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매력적이며 다른 시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꾸는 것이 열쇳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쉽지는 않지만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근본적으로 경쟁지상주의와 병영문화가 존재하고 진보세력이 취약한 현실에 대해서는 “(남북 분단의 현실에서) 불필요한 한국적 갈등에서 벗어나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갈퉁은 ‘데모크라시 나우’와의 인터뷰에서 우퇴위아섬에 있었던 손녀의 편지를 공개했다. 그의 손녀는 편지 말미에 이렇게 썼다. “제가 여러분이 보내주신 그 모든 동정과 연민에 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제가 지금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주세요. ‘우리는 어떻게 브레이비크가 한 행동과 같은 것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를요.”

요한 갈퉁

1930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태어나 오슬로대에서 공부한 뒤 29살 때 세계평화연구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평화연구에 천착했다. 평화학에 대해 60여권의 저술을 내는 등 현대 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오슬로대와 독일 베를린대 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자신이 설립한 평화운동 단체인 ‘트렌센드 인터내셔널’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수십 차례 남북을 오가며 평화 정착을 위한 방안들을 제시했고, 이런 공으로 2010년 강원도가 주는 올해의 ‘DMZ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적 저서로는 <평화연구논문집>과 <전세계의 군사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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