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큰 박물관·연구단지 세워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한복판에 가면 미국 의회의사당과 워싱턴 기념탑이 마주보는, 동서로 길쭉하게 늘어선 ‘더 몰’이라는 지구가 있다. 직사각형 모양의 더 몰은 공원이자 광장으로 기능하는데, 더 몰의 좌우에는 미국의 주요 국립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국립 자연사 박물관, 국립 미국사 박물관, 국립 항공우주 박물관, 국립 미술관, 국립 초상화 갤러리, 국립 미국 인디언 박물관, 프리어 갤러리 등 모두 내로라하는 박물관이다. 이들 박물관은 모두 스미스소니언 협회에 소속돼 있다.
스미스소니언 협회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 단지 및 연구 복합체로 산하에 박물관 19개를 비롯해 국립 동물원과 연구소 9개가 포함돼 있다. 이 거대한 박물관 복합체는 매년 수억달러의 정부 예산이 배정되는 엄연한 미국 연방정부 기관으로, 소속 박물관과 연구소는 워싱턴 DC 외에 뉴욕시, 버지니아주 등에 흩어져 있다.
스미스소니언 협회는 영국의 화학자이자 광물학자인 제임스 스미스슨(1765~1829)이 남긴 유산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부유한 영국인의 사생아로 태어나 스미스슨은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능아연석 등의 광물을 발견하기도 했다.
평생 독신으로 산 그는 자신의 유산을 미국 정부에 유증하면서, 미 정부가 이를 인류 지식의 증진과 보급을 위한 기관을 설립하는 데 쓰도록 유언장을 남겼다. 세계를 주유했지만 미국 땅은 밟지 못했던 스미스슨이 미국에 유산을 기부한 배경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스미스소니언 협회의 설립에 관한 어떤 문서도 남기지 않았다. 혹자는 그가 아버지의 혈통을 부정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미국의 민주주의 실험 정신에 감화받아서라는 해석도 있다.
그의 유산 금화 10만파운드는 당시 미국 화폐로 50만달러가 넘었고, 미국 전체 국부의 66분의 1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협회가 설립되기까지 걸림돌이 많았다. 1836년 그의 유산이 미국 조폐국에 유증됐지만 미국 국채에 투자되었다가 손실을 입었다. 이를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연방정부가 유산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갑론을박 끝에 1846년 8월10일 드디어 미 의회에서 스미스소니언 협회 설립 법안이 통과됐다. 이후 미국 정부가 소유한 수집품들이 스미스소니언 협회에 귀속되고 박물관이 속속 문을 열었다.
스미스소니언 협회 산하 기관들이 다루는 주제는 예술과 디자인, 역사와 문화, 과학과 기술까지 인류사의 모든 부분을 망라한다. 협회 산하 소장품은 종류만 1억3600만종에 이른다. 1838년부터 1842년까지 미 해군이 꾸린 미국 탐험대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유물들에, 미 서부와 멕시코 국경 일대, 태평양철도 등 군과 민간에서 조사를 수행하며 수집된 유물들과 각종 과학기술품, 예술품, 민속품 등이 더해졌다.
자신의 유산을 인류 지식의 증진과 보급을 위해 내놓은 스미스슨. 그의 유지는 미국의 심장부에서 계승되어,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적을 막론한 관람객들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군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