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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국내 최초 ‘라이거’ 탄생

입력 2011.08.28 21:33

  • 목정민 기자

인위적 이종 교배 논란 속 3남매 순산

수사자와 암호랑이의 자식인 라이거(라이언과 타이거의 합성어) 3마리가 1989년 8월29일 용인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에서 국내 최초로 태어났다. 1983년 태어난 수사자 ‘용식’이는 어린 시절 암호랑이 ‘호영’이와 같은 우리에서 자랐다. 자연스레 같이 놀았고 서로의 얼굴 생김새와 체취에 익숙해졌다. 서로를 극진히 챙기던 용식이와 호영이에게 동물원은 1988년 12월 같은 방을 쓰게 했다.

다음해 호영이는 엄마가 됐다. 105일간의 임신 끝에 엄마 호영이는 3남매를 순산했다. 1세대 라이거 이름은 ‘대호’ ‘용호’ ‘야호’였다. 엄마 호영이가 새끼들을 물어 죽일까 염려한 동물원 측은 새끼가 태어나자마자 엄마 품에서 떼어내 고양이 분유를 먹여 키웠다.

[어제의 오늘]1989년 국내 최초 ‘라이거’ 탄생

3남매는 엄마를 많이 닮았고 몸 전체에는 호랑이의 얼룩무늬가 있었다. 호랑이처럼 헤엄도 즐겼다. 아빠의 특성도 있어 얼굴에 점박이 무늬가 있고 몸 색깔은 사자의 전형적인 색인 황백색이었다.

라이거는 자연상태에서는 태어날 수 없는 동물이다. 수사자와 암호랑이가 동물원에서 생활공간을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자와 호랑이는 다른 종이지만 염색체 수가 38개로 같아 번식이 가능하다.

라이거는 199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 단 한 마리만 남아 있고, 희귀동물이 많아지면서 라이거의 인기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최후의 라이거 이름은 ‘크리스’로 2002년 12월6일 태어났다. 암컷이며 무게는 160㎏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엔 10마리의 라이거가 있어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2001년엔 중국 하얼빈 동물원에 5마리(수컷 3마리, 암컷 2마리)를 입양 보낼 정도였다.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라이거는 이제까지 총 17마리(수컷 7마리, 암컷 10마리)이다.

크리스가 죽으면 이제 우리나라엔 라이거가 더 이상 없다. 라이거는 생식 기능이 없어 대를 잇지 못한다. 혹자는 라이거를 두고 ‘과거도 미래도 없는 동물’이라고 했다. 에버랜드는 사자와 호랑이를 추가로 교배시킬 계획이 없다고 한다.

라이거는 항상 관광 사업자와 동물보호론자 사이에서 논쟁거리였다. 관광객들은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라이거를 봤지만, 인위적인 이종 교배를 반대하는 동물보호론자들은 늘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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