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 ‘시민도서관’ 기부 늘어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의 진원지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주코티 공원 북동쪽 모퉁이에는 플라스틱 박스에 책을 담아 올려둔 책상들이 미로처럼 놓여 있다. 플라스틱 박스에는 각각 소설, 고전, 공상과학소설, 판타지소설, 어린이책 등 장르 표시가 돼 있다. 월가 점령 시위자나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책상들 사이로 돌아다니며 책을 고른 뒤 공원 한쪽에서 읽고 있다.
시사주간 타임이 25일 소개한 월가점령시민도서관(OWSL)의 모습이다. 현재 방문객이나 지지자들의 기부로 만들어진 도서관의 장서 규모는 2500~4000권이지만 매일 수십권씩 늘어나고 있다. 애드리엔 리치나 앤 월드먼과 같은 미국의 저명 여성시인들도 자신의 책을 직접 기부했다. 뉴욕시 도서관 사서 자카리 뢰브는 “월가 점령 시위의 규모가 커지면서 도서관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시위 현장에 도서관은 왜 필요한 것일까. 주코티 공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뢰브는 “부엌과 텐트, 기자회견 테이블이 중요한 것처럼 정보도 중요하다.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살찌운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아만다 하트키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 방해하지 않고 존중하며 같이 책을 읽는 모습에 감동받았다”면서 이 도서관은 월가 점령 시위의 정신이 확산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은 뢰브를 비롯한 1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책마다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기입하고 ‘OWSL’ 스티커를 붙여놨다. 하지만 대출과 반환 방법에 관한 규정이 없다.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가장 인기 있는 책은 하워드 진이나 노엄 촘스키, 나오미 클라인과 같은 저명인사가 쓴 역사나 정치학에 관한 것이다. 또 금융위기에 관한 묵직한 해설기사 묶음집이나 시선집, 미국의 무료 풍자신문인 어니언(Onion)의 해설기사 등도 인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