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내놓은 신개념 박스카 ‘레이’는 실용성에 중점을 둔 차다. 닛산 큐브처럼 귀여움을 강조하면서도 업계 최초로 B필러(앞문과 뒷문 사이의 기둥)를 없애 자전거와 스키·보드 장비, 화분 등 몸집이 큰 물건을 싣고 내릴 때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적재공간도 넉넉하다. 가족단위의 소비자들이나 자영업, 전문직 종사자에게 크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000㏄급 엔진을 단 경차라는 점에서 가속력은 아쉽다. 따라서 운전의 재미를 느끼는 데 한계도 있다.
지난달 29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구좌읍 평대리에 위치한 메이즈랜드를 돌아오는 구간을 레이를 타고 달렸다. 먼저 운전석은 전망이 탁 트인 베란다에 앉은 느낌을 준다. 실내가 넓으면서 높고 창문도 커 시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키가 큰 사람도 위로는 머리 하나가 더 남을 정도로 여유롭다. 조수석은 26㎝, 뒷좌석은 20㎝나 앞·뒤로 조정이 가능하다. 몸집이 큰 성인도 앞뒤 간격이 넉넉해 답답한 느낌은 없다. 웬만한 SUV의 실내공간과 큰 차이가 없어 경차의 고정관념을 깨는 신개념 차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수납공간도 다양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위쪽에는 노트북이 들어갈 정도의 루프콘솔이 마련돼 있다. 시트 아래엔 서랍형 수납공간이, 운전석 뒤 바닥에는 신발이 들어갈 정도의 숨겨진 공간도 있다. 짐칸 벽면의 조명은 떼어내서 손전등으로 사용 가능하다. 센터페시아엔 7인치 LCD 화면의 좌우로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버튼들이 배치됐다.
기아차가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실용성이다. B필러를 없애고 조수석의 문을 90도 각도로 활짝 열리게 만들어 비교적 몸집이 큰 물건들도 쉽게 들고 날 수 있게 했다. 자영업자들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경상용차‘다마스’ 등을 주로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높은 차고는 어린아이들이 서 있어도 여유로워 레저활동을 즐기려는 가족단위의 고객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승 차량은 1.0ℓ 가솔린 모델이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낮은 시동음이 전해졌다. 저속 주행은 상당히 부드러웠다. 경차이면서 시속 80-90㎞까지는 비교적 무리없이 이어졌다.
차고가 높은 박스형 차라는 점에서 코너링의 주행능력이 궁금했다. 속도를 줄여 코너를 돌아갈 때의 느낌은 예상외로 안정감이 있었다. ‘차체제어시스템’ 덕분이라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브레이크의 제동능력 또한 합격점을 줄만 했다.
반대로 가속력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시속 100㎞를 전후해 가속페달에 바짝 힘을 줘야 했다. 엔진 소음과 풍절음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빠른 속도로 주행하다가 잠깐 서행한 후 다시 가속할 때의 느낌은 답답함을 전해줬다. 또 편도 1차선 도로에서 앞 차를 추월할 때는 불안감마저 느꼈다. 실용성을 기반으로 한 경차라는 점에서 레이는 고속도로보다는 도심에서 운행하기에 아주 적합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비는 괜찮은 편이다. 공식 연비는 17.0㎞/ℓ. 트립컴퓨터에 찍힌 평균연비는 13㎞/ℓ정도 나왔다.
출시 전부터 논란이 돼 왔던 가격은 카파 1.0 가솔린 모델이 1240만~1495만원, 카파 1.0 바이퓨얼 모델은 1370만~1625만원이다. 경차답게 혜택은 다양하다. 취득세와 도시철도 채권구입 면제 대상이다. 또 고속도로 통행료, 혼잡통행료, 공영주차장료 등에서 50% 감면해택을 받게 된다. 기아차는 레이의 년간 판매목표를 6만대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