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두의 추리 책방…홍윤 지음 | 바다출판사 | 646쪽 | 1만7800원
‘물만두’ 홍윤. 한동안 온라인에서 꽤나 알아주는 추리소설 전문 서평꾼이었다. 물만두는 그의 필명이다. 그가 운영한 알라딘의 블로그는 추리소설을 즐기는 독자들로 북적거렸다. 10년 동안 올린 소설 서평만 1838편. 책은 그 가운데 200편을 추려 엮었다.
웬만한 사람은 흉내내기 힘든 독서량은 자연스레 그를 추리소설 전문가로 만들었다. 따라서 책은 고품격 추리소설 가이드북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그는 한국 독자에게 인기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해 “그의 작품은 모두 제목이 내용을 함축한다”며 힌트를 준다. 또 존 딕슨 카의 <세 개의 관>을 ‘밀실 트릭’의 전범으로 평하고, 짐 톰슨의 <내 안의 살인마>는 흙 속에서 찾은 진주라고 주저없이 추천한다. 스포일러 없는 그의 서평 리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속절없이 책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그는 우타노 쇼고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읽곤 ‘왜 사냐’는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왜 사냐건 벚나무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며 삶의 허망함을 읊조린다. 이런 감상은 편혜영의 <아오이 가든>에서도 발견된다. 행간에서 인생을 조망하는 글도 적잖다.
그는 한국 추리소설의 문제는 ‘아이디어 부재’라고 일침을 놓는다.
그러면서 척박한 한국 추리소설계에 보물 같은 작가들을 발견해내 독자에게 권유하기도 한다. 또 김성종의 <최후의 증인>을 단숨에 읽어냈다면서 김성종 작품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던 사실을 사죄한다.
저자는 대학 졸업 즈음 근육이 점점 무기력해지는 희귀병을 진단받았다. 교보문고에 혼자 가서 책 한 권 산 뒤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 사람들 틈에서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방안에 틀어박혀 추리소설을 읽어댔다. 그는 자신을 “세상과 담쌓고 사는 사람”이라며 책을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한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의 소통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42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진 것이다.
사망 1주기를 즈음해 함께 나온 일기 모음집 <별 다섯 인생>에서 그는 이렇게 적었다.
“책만 읽겠다고 결심한 지 10년. 그 시간 동안 정말 책만 읽었다. 잘했다. 책 속에 모든 것을 침전시키느라 애썼다. 리뷰는 그저 책을 읽었다는 증거일 뿐…. 고맙다, 책들아. 너희가 있어 오늘 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