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 잡혀간다…송경동 지음 | 실천문학사 | 263쪽 | 1만2000원
‘희망버스’ 기획자 송경동 시인의 산문집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의 슬픈 현실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송경동은 시인이기 전에 일용직 노동자다. 어릴적부터 가난이 주어졌고 상경 후 새끼 목수일, 배관, 용접일 등을 하며 막노동판에서 20대를 맞았다. 그에게 노동은 진저리쳐지는 삶이자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는 “늘 변방이고, 늘 고통인 삶이 싫었다.” 빈곤에 허덕인 가족사와 노동현장의 서정이 자못 아프다.
그는 삶의 고통을 주는 주범이 무엇인지 노동을 하며 몸으로 느꼈다. 주범은 ‘자본’이었다. 이후 그는 거리로 나섰다. 벼랑에 선 노동자와 함께하며 약자를 응원했고 시를 썼다. 기륭전자, 재능교육, 용산, 대추리 등 자본의 폭력이 춤추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자신의 모든 시가 ‘산재시’라는 그는 사망한 노동자를 위한 추도시를 많이 썼다. 그래서 누구보다 많이 울고 분노했다. 어느 거리에서 추도시 낭송 도중 분에 겨워 마이크를 내동댕이친 일이 있다. 그때부터 ‘깡패 시인’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대속해줄 최대의 말을 찾다보면 과격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실제 과격한 것은 이 사회”라는 것이 변명 아닌 변명이다.
송경동은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 올랐던 김진숙의 책 <소금꽃 나무>를 읽으며 전태일을 떠올렸다. ‘아, 이 시대에도 전태일이 있구나.’ 그런 김진숙이 크레인에 올랐을 때 그녀의 운명이 우리 시대 모두의 운명과 관계됐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 대목의 글은 희망버스 기획의 동기쯤으로 읽힌다.
정권의 눈에 그는 ‘불온한 시인’이다. 희망버스 이전부터 그와 그의 시는 수차례 공권력의 소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문학이 폭력으로 읽히는 이 무지한 사회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번번이 거부했다.
현재 부산 구치소에 수감된 시인이 꿈꾸는 세상은 힘겨운 삶들이 ‘연대’하는 세상이다. 다시는 누구도 혼자 외로운 고공으로 오르지 않아도 되는 세상말이다. 그런 꿈을 꾼다고 함부로 잡아가지 않는 세상말이다.
책은 시인 특유의 감성으로 자본의 무자비함을 폭로하고 노동자의 감각으로 삶의 신산함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