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라기 시대 귀뚜라미 소리 복원… 화석 분석해 날개 마찰음 살려내

최희진 기자

연구팀 “현재보다 낮고 맑아”

영국과 중국 과학자들이 쥐라기 시대(1억8000만년 전~1억3500만년 전) 귀뚜라미 소리를 복원했다. 영국 브리스틀대 페르난도 사파타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이 1억6500만년 전 귀뚜라미 화석을 분석해 소리를 재현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7일 보도했다.

곤충 전문가 사파타 교수는 어느 날 동료 연구실에서 날개 구조가 완벽하게 보존된 쥐라기 시대 귀뚜라미 화석을 발견했다. 쥐라기는 공룡과 시조새, 양치식물, 파충류가 번식했던 시기다.

귀뚜라미 소리를 ‘울음’이라고 하지만 귀뚜라미가 내는 소리는 사실 날개 마찰음이다. 수컷 귀뚜라미는 암컷을 유혹할 때 양 날개의 빗살 무늬를 서로 문질러 소리를 만든다.

연구팀은 화석에 남아있는 날개 흔적을 살아있는 귀뚜라미 날개와 비교해 쥐라기 귀뚜라미 소리의 음색, 높낮이를 복원했다. 사파타 교수는 “화석을 분석한 결과 쥐라기 귀뚜라미가 현재 귀뚜라미보다 낮고 맑은 소리를 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쥐라기 귀뚜라미 소리는 과학자들이 당시 숲 생태계가 어떤 모습이었으며 다른 생물들이 어떤 소리를 냈는지 짐작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귀뚜라미 소리 진동수가 적고 음색이 단일한 것으로 미뤄 볼 때 당시 숲이 파충류 소리나 물 소리로 시끄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색이 단일하고 진동수가 적어야 소리가 멀리 퍼지고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암컷을 유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마이크 리치 교수는 “귀뚜라미가 쥐라기 때부터 이미 날개로 소리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권위있는 과학전문 주간지인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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