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쉬어가는 곳, 제주 모구리야영장

디지털뉴스팀 이윤정 기자

오름에서 제주를 내려다보는 맛은 색다릅니다. 모구리오름에서는 텐트를 치고 제주의 자연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제주 등산 고수는 ‘오름’에 오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올레를 걷고 오름을 밟는 제주 여행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죠. 오름은 한라산에 딸린 기생화산을 일컫는 말입니다. 백록담을 중심으로 제주에는 386개의 오름이 있습니다. 특히 한라산 동쪽에는 봉긋하고 아름다운 오름이 많이 모여 있는데요. 그중 성산읍의 모구리오름 자락에는 야영장이 있습니다. 풍광과 시설이 좋아 한겨울에도 수십명의 캠퍼가 모구리야영장을 찾습니다.

어미개가 새끼를 껴안듯 둥그런 오름자락

제주의 바람, 바람, 바람. 모구리야영장 인근에 풍력발전시설이 빼곡히 들어섰다. 그만큼 야영장도 바람이 거세다. 텐트를 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이 ‘바람’이다. 바람을 막고 펙을 잘 고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윤정 기자

제주의 바람, 바람, 바람. 모구리야영장 인근에 풍력발전시설이 빼곡히 들어섰다. 그만큼 야영장도 바람이 거세다. 텐트를 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이 ‘바람’이다. 바람을 막고 펙을 잘 고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윤정 기자

마치 숨 쉬는 땅처럼 제주의 곳곳이 울룩불룩 솟았습니다. 모구리오름에 올라 주변을 살피자 평지 사이로 크고 작은 언덕이 몽글거립니다. 용암이 꿈틀댔던 땅임을 증명하듯 모구리오름 주변으로 유건에오름, 나시리오름, 본지오름, 동오름 등 기생화산이 포진했습니다.

해발 232m 높이의 모구리오름은 분화구가 북쪽으로 휘어있는 모양입니다. 경사면 안쪽에 작은 언덕(모구리알오름)이 있어 하늘에서 보면 어미개가 새끼를 안은 것처럼 보인답니다. 그래서 모구악(母狗岳), ‘모구리’라 불립니다. 모구리야영장은 오름의 서쪽 자락에 위치했습니다. 2003년 남제주군에서 16만㎡ 부지에 조성한 야영장은 초원을 테마로 구성됐죠. 야영장 앞쪽으로는 크고작은 오름이, 뒤쪽으로는 풍력발전 시설이 자리해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합니다.

바람·돌·초원이 어우러져…

이국적 풍경. 거센 바람 덕에 고생해도 풍경만큼은 멋지다. 야영지 배경이 되는 풍력발전소 모습이 제주의 하늘과 어우러진다. | 이윤정 기자

이국적 풍경. 거센 바람 덕에 고생해도 풍경만큼은 멋지다. 야영지 배경이 되는 풍력발전소 모습이 제주의 하늘과 어우러진다. | 이윤정 기자

모구리야영장은 제주의 바람이 쉬어가는 곳일까요. 모구리오름에 다가서자 거센 바람이 첫인사를 건넵니다. 모구리오름 주변으로 거대한 풍력발전기 날개가 빠르게 회전합니다. 하늘을 휘휘 돌아 오름 중턱에 내려앉은 바람 때문에 텐트는 하루 종일 펄럭입니다. 심술궂은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수십동의 텐트가 모구리야영장에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모구리야영장은 총 4개 영지로 구성됐습니다. 가족 영지, 한라산 영지, 일출봉 영지, 산방산 영지입니다. 야영을 할 수 있는 부지가 3만평 정도 되다보니 사이트 구성은 자유롭습니다. 잔디 위에 자유롭게 텐트를 치면 됩니다. 일일 수용인원이 580명에 이르다보니 따로 예약을 받지 않습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야영장에서는 24시간 전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취사장, 화장실, 샤워실 등 시설도 깨끗합니다. 대피소 인근에서는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주의 다른 야영장과 달리 모구리야영장은 한겨울에도 문을 엽니다. 며칠 이상 장기 캠핑을 하는 텐트도 종종 보입니다.

모구리야영장의 단점은 ‘바람’입니다. 바람을 피하려면 위쪽 영지보다는 아래쪽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람에 펙이 뽑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텐트 가장자리나 펙 위에 돌을 올려놓은 캠퍼도 많습니다. 제주의 ‘바람’을 제주의 ‘돌’로 막는 셈이죠. 윈드스크린(바람막이)을 설치한 캠퍼도 꽤 됩니다. 초원처럼 펼쳐진 잔디는 한겨울에도 푸른빛을 띱니다.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캠핑 장비를 내려놓고 난 뒤 차량은 주차장에 주차해야 합니다.

제주 동쪽 해안을 따라 관광지 포진

일출봉에 오르는 사람들. 모구리야영장에 텐트를 치고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는 캠퍼도 많다. 그래서 낮에는 대부분의 텐트가 비어있다. 성산일출봉을 비롯해 신양해수욕장, 섭지코지, 성읍민속마을, 일출랜드 등 모구리오름 주변에 관광지가 많다. | 이윤정 기자

일출봉에 오르는 사람들. 모구리야영장에 텐트를 치고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는 캠퍼도 많다. 그래서 낮에는 대부분의 텐트가 비어있다. 성산일출봉을 비롯해 신양해수욕장, 섭지코지, 성읍민속마을, 일출랜드 등 모구리오름 주변에 관광지가 많다. | 이윤정 기자

모구리야영장에는 축구·농구·배구·족구를 즐길 수 있는 운동시설을 비롯해 인라인스케이트장, 서바이벌 게임장, 놀이마당, 캠프파이어장, 오름 산책로, 취사장, 극기훈련장, 인공 암벽 등 다양한 시설이 있습니다. 모구리오름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약 40분 정도 완만한 경사가 이어집니다. 모구리야영장을 기점으로 오름 산행에 나서는 캠퍼도 많습니다.

모구리오름에서 동쪽으로 나가면 해안을 따라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신양해수욕장 등을 만납니다. 야영장 주변에는 일출랜드, 성읍민속마을, 제주 민속촌, 허브랜드, 김녕미로공원 등 서귀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이번 휴가에는 모구리오름에 텐트를 내려놓고 서귀포의 자연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디지털뉴스팀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캠핑tip]겨울 사이트 구축 요령

겨울철에는 바닥이 꽁꽁 얼어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질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여름철에 썼던 펙을 쓰면 구부러지거나 부러지기 십상입니다. 땅에 전혀 박히지 않기도 하는데요. 겨울철에는 길이 10~11cm 정도 되는 핑거펙을 쓰면 좋습니다. 일반펙보다 훨씬 단단해 겨울철 언 땅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핑거펙이 없을 경우 일반 철물점에서 판매하는 콘크리트못 중 긴 것을 사용해도 됩니다. 단 텐트를 철거할 때 못을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못을 남겨둘 경우 다음 캠퍼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겨울철에는 타프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구조상 스트링(줄)이 길어 바람에 취약하기 때문인데요. 겨울철에도 사랑방 목적으로 타프를 사용해야한다면 줄에 야광스티커 등을 붙여놓아야 합니다. 어린이들이 밤에 돌아다니다가 타프 스트링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죠.


[가는길]
서귀포 방면 성읍-수산간 지방도 1119호선을 따라가다 보면 ‘모구리야영장’과 모구리오름이 보인다. 내비게이션에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2960-1’을 입력하면 된다. 제주시에서 시외버스로 올 경우 성읍1리에서 내려 도보로 2.7㎞ 가량(30분 소요)을 와야 한다. 문의 064-760-3408

[기타정보]
모구리야영장은 총 4개 영지로 구성된다. 가족 영지, 한라산 영지, 일출봉 영지, 산방산 영지다. 영지가 나뉘어 있지만 사이트 구획은 따로 없다. 3만평 부지에 자유롭게 텐트를 치면 된다. 일일 수용인원은 580명. 예약은 따로 받지 않는다. 24시간 전기 사용 가능.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취사장, 화장실, 샤워실 등의 시설은 깨끗한 편. 대피소 인근에서는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텐트를 설치하기 전에 바람이 덜 부는 곳을 찾는 것이 좋다. 펙이나 텐트 가장자리를 돌로 고정시켜 놓는 것도 한 방법. 모구리야영장은 한겨울에도 문을 연다. 요금은 1박에 성인1명 2400원.

모구리야영장 http://moguri.sgpyouth.or.kr


모구리오름으로 가는 길. 산책로를 따라 40분 정도 걸을 수 있다. |이윤정 기자

모구리오름으로 가는 길. 산책로를 따라 40분 정도 걸을 수 있다. |이윤정 기자

초원 야영지. 모구리오름에 살포시 기댄 듯 조성된 야영장은 드넓은 초원의 느낌이다. 한겨울에도 초원의 잔디가 푸릇한 빛을 띤다. 눈을 들면 사방에 크고 작은 오름이 솟아 있다. | 이윤정 기자

초원 야영지. 모구리오름에 살포시 기댄 듯 조성된 야영장은 드넓은 초원의 느낌이다. 한겨울에도 초원의 잔디가 푸릇한 빛을 띤다. 눈을 들면 사방에 크고 작은 오름이 솟아 있다. | 이윤정 기자

신선놀음. 겨울이라 캠퍼가 그리 많지는 않다. 정자를 선점해 릴렉스체어를 놓았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 이윤정 기자

신선놀음. 겨울이라 캠퍼가 그리 많지는 않다. 정자를 선점해 릴렉스체어를 놓았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 이윤정 기자

모구리야영장 풍경은 이국적이다. 텐트 앞 제주의 ‘바람’을 막을 요량으로 ‘돌’을 사용했다. |이윤정 기자

모구리야영장 풍경은 이국적이다. 텐트 앞 제주의 ‘바람’을 막을 요량으로 ‘돌’을 사용했다. |이윤정 기자

양말. 모구리야영장에는 장기간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 빨래를 널어놓은 풍경도 익숙하다. | 이윤정 기자

양말. 모구리야영장에는 장기간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 빨래를 널어놓은 풍경도 익숙하다. | 이윤정 기자

바람막이. 모구리야영장에는 사방에서 몰아치는 바람을 막기 위해 윈드스크린(바람막이)을 설치한 캠퍼가 많다. | 이윤정 기자

바람막이. 모구리야영장에는 사방에서 몰아치는 바람을 막기 위해 윈드스크린(바람막이)을 설치한 캠퍼가 많다. | 이윤정 기자

살림살이. 텐트 옆 따로 살림살이를 모아 놨다. 캠핑은 어른의 소꿉놀이다. | 이윤정 기자

살림살이. 텐트 옆 따로 살림살이를 모아 놨다. 캠핑은 어른의 소꿉놀이다. | 이윤정 기자

돌을 이용하라. 모구리야영장에 설치한 텐트 가장자리에는 대부분 돌이 있다. 펙을 고정하기 위해 돌을 이용한 것. 그래도 거센 바람에 텐트는 연신 펄럭인다. | 이윤정 기자

돌을 이용하라. 모구리야영장에 설치한 텐트 가장자리에는 대부분 돌이 있다. 펙을 고정하기 위해 돌을 이용한 것. 그래도 거센 바람에 텐트는 연신 펄럭인다. | 이윤정 기자

넓은 사이트. 모구리야영장의 영지는 크게 4곳으로 나뉜다. 가족 영지, 한라산 영지, 일출봉 영지, 산방산 영지인데 자유롭게 잔디 위 공간에 텐트를 치면 된다. | 이윤정 기자

넓은 사이트. 모구리야영장의 영지는 크게 4곳으로 나뉜다. 가족 영지, 한라산 영지, 일출봉 영지, 산방산 영지인데 자유롭게 잔디 위 공간에 텐트를 치면 된다. | 이윤정 기자

전기 시설. 모구리야영장은 몇 해 전만 해도 전기를 사용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영지 어느 곳에서나 전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다. | 이윤정 기자

전기 시설. 모구리야영장은 몇 해 전만 해도 전기를 사용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영지 어느 곳에서나 전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다. | 이윤정 기자

태양열시스템. 모구리야영장의 모든 전기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주차장 앞에 대형 태양열집열판이 있다. | 이윤정 기자

태양열시스템. 모구리야영장의 모든 전기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주차장 앞에 대형 태양열집열판이 있다. | 이윤정 기자

운동시설. 모구리야영장은 5만평의 부지를 사용한다. 놀이마당, 극기훈련장, 잔디운동장 등 부대시설을 잘 갖췄다. | 이윤정 기자

운동시설. 모구리야영장은 5만평의 부지를 사용한다. 놀이마당, 극기훈련장, 잔디운동장 등 부대시설을 잘 갖췄다. | 이윤정 기자

성산일출봉. 모구리오름 인근에 성산일출봉이 있다. 한겨울에도 제주의 들에는 꽃이 피어 있다. | 이윤정 기자

성산일출봉. 모구리오름 인근에 성산일출봉이 있다. 한겨울에도 제주의 들에는 꽃이 피어 있다. | 이윤정 기자


Today`s HOT
2025 도쿄 오토 살롱 말레이시아-일본의 상호 보완 관계 회담 캘리포니아 산불 희생자 특별 미사.. 2025 앨비스 페스티벌
이집트의 귀중한 유적지, 복원 작업을 하다. 구 격전지의 시리아 지역.. 활기를 되찾는 사람들
티베트의 지진으로 촛불 집회에 나선 사람들.. 레바논의 새 대통령, 조셉 아운의 취임식
규모 6.8의 대지진이 일어난 중국에서의 구호 활동 필리핀에서 열린 검은 나사렛의 종교 행렬 대만 해군의 군사 훈련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프랑스를 방문하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