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개막하는 페스티벌 ‘봄’ 출품작 미리보기
페스티벌 ‘봄(BOM)’이 오는 22일 막을 올려 다음달 18일까지 펼쳐진다. ‘봄’은 무용, 연극, 미술, 음악, 영화, 퍼포먼스 등 현대예술 전반을 망라하는 다원예술축제다. 아울러 국내의 수많은 예술축제 가운데 가장 강력하게 아방가르드를 지향한다.
김성희 예술감독(계원디자인예술대학 교수)은 6회째를 맞은 올해의 주제를 “아시아의 현대성”과 “포스트 드라마”라는 말로 요약했다. 전자는 “서구가 강요해온 근대적 사고에서 탈피해 아시아의 신화적 상상력으로 미래를 내다보자”는 취지다. 후자는 “드라마가 보여주는 가짜 현실에서 벗어나 실제 삶을 응시하자”는 의도다. 이번 축제에는 해외 12팀과 국내 9팀이 참가, 모두 22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 예술감독은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다섯 편을 꼽았다.
만신 김금화의 내림굿. | 금화당 제공
■ 박찬경의 <갈림길+아시아 고딕>
만신 김금화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냈다. 하지만 TV다큐와는 모양새가 확연히 다르다. 경기 파주의 적군묘지에서 펼쳐지는 진오귀굿이 중심 공간이다. 적군묘지는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북한군과 중국군의 유해가 묻혀 있는 곳이다. 거기에 황해도에서 태어난 만신 김금화의 삶이 겹쳐진다. 식민지 시대의 만신 말살정책, 한국전쟁이 일어난 후 남북의 군인들 모두에게 총살 위협을 당했던 순간들, 새마을운동과 미신 타파 등의 사회적 기억들이 오버랩된다. 김 예술감독은 “개인의 삶과 영혼의 세계, 한국의 현대사를 중첩시키는 판타지 다큐”라고 설명했다. 24~25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 팅크 탱크(Tink Tank) <구리거울을 넘어, 어렴풋이>
공연평론가 김남수와 인류학자 서현석이 몽골과 우즈베키스탄의 거울 신화를 현장 취재해 카메라에 담았다. 그 영상물에 연극과 강연을 결합했다. 김 예술감독은 “중앙아시아의 구리거울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서구와 다른 우리의 ‘보는 방식’을 탐구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선명하게 대상을 반사하는 유리거울과 달리 흐릿하게 비추는 구리거울은 징후와 예감을 일깨운다. 아울러 서양의 유리거울이 단지 얼굴을 비추는 수단임에 비해, 아시아의 구리거울은 샤먼의 도구라는 점도 작품의 주안점이다. 김 예술감독은 “아시아인들은 거울을 우주의 진리가 담긴 그릇으로 인식했다”면서 “그것이 보여주는 징후를 통해 세상과 교감했다”고 강조했다. 4월14~15일, 국립극단 소극장 판.
■ 르네 플레슈 <현혹의 사회적 맥락,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르네 플레슈 ‘현혹의 사회적 맥락,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 페스티벌 ‘봄’ 제공
연출가 르네 플레슈는 독일의 저명한 극단인 ‘베를린 민중극단’의 예술감독이다. 2002년 독일 ‘시어터 오토’에서 진행한 평론가들의 투표에서 ‘최고의 독일 연극인’으로 선정됐던 인물이다. 그는 ‘드라마’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포스트 드라마’의 1세대 연출가로 손꼽힌다. 드라마는 진짜처럼 보일 뿐 사실은 가짜라는 것이 그의 연극론이다. 그래서 ‘환영(헛것)의 제거’라는 목표를 맨 앞에 내세운다. 김 예술감독은 “허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제대로 보려는 것이 포스트 드라마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독일의 명배우 파비안 힌리히스가 엔터테이너와 강연자가 뒤섞인 역할을 보여준다.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다양한 소리를 내고 관객을 자극하면서 좌충우돌 연기를 펼친다. 그렇게 ‘드라마’를 조롱하면서 정치와 종교, 금융의 ‘환영성’을 도마에 올린다. 이번 축제의 개막작이다. 22~23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 쉬쉬팝(She She Pop) <유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포스트 드라마의 방법론으로 재해석한 다큐 연극이다. 네 명의 연출가와 세 명의 아버지가 무대에 오른다. 아버지들과 딸들은 연극 속의 역할뿐 아니라 실제로도 부녀지간이다. 늙은 아버지들은 위풍당당한 리어왕처럼 무대에 올라오지만 이내 현실 속의 노인으로 돌아온다. 대본 없이 실제로 아버지들와 딸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이 연극의 대사다. 딸은 68세대인 아버지에게 “읽지도 않는 좌파 서적들을 책장에 전시했다”고 비아냥대고 “노인한테 컴퓨터가 왜 필요하냐?”고 구박한다. 노환과 병간호, 상속 등의 문제가 시시콜콜한 일상 언어로 펼쳐지면서 세대 간의 불편한 감정들이 낱낱이 드러난다. 김 예술감독은 “가족에 대해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평했다. 4월13~14일, 서강대 메리홀.
■ 네이처 시어터 오브 오클라호마 <삶과 시절-에피소드 1>
극단 단원에게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와 “네 인생을 다 털어놔봐”라고 말한다. 이 작품은 그 단원이 16시간 동안 전화기에 대고 털어놓은 인생 이야기들을 텍스트로 삼은 뮤지컬이다. 24시간 동안 이어지는 총 3부작이다. 이번 축제에서는 출생부터 8살까지를 다룬 1부만 공연한다. 싸구려 장난감에 대한 추억, 라코스테를 즐겨 입던 부잣집 이웃 아이에 대한 부러움, 교실에서 쉬가 마려워 동동거렸던 기억, 이상하게 말이 없던 아버지, 신발 신는 것을 싫어했던 동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시시콜콜하게 펼쳐진다. 우리가 공유하는 진부한 기억들, 기쁨과 설렘, 민망함으로 가득한 어린 시절을 만나게 해주는 공연이다. 김 예술감독은 “이번 축제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4월1~2일, 서강대 메리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