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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한계’ 40년

입력 2012.05.16 21:46

수정 2012.11.0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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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철 | 녹색평론 발행인

<성장의 한계>라는 책이 출판된 것은 1972년이었다. 이 책은 현재의 추세가 그대로 계속된다면 2020∼2050년 사이에 인구, 산업 및 식량생산, 자원공급과 환경오염이 한계에 도달하여 더 이상 근대적 산업문명 체제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데이터를 근거로 예측했다. 이러한 예견(혹은 경고)은 당시의 상황에서 매우 충격적인 것이어서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그 후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이 책은 지금까지 1000만부 이상이나 팔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종철의 수하한화]‘성장의 한계’ 40년

최근 다시 이 책이 화제가 된 것은 출판 40주년을 기념하여 ‘스미소니언 협회’가 주최한 심포지엄 때문이다. 지난 3월 워싱턴에서 열린 이 모임에는 저자들 중 아직 생존해 있는 두 사람이 참석했고, 그들은 자신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장’을 추구하는 데 여념이 없는 오늘날의 세계 현실을 개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는 은퇴 교수인 데니스 메도즈는 어느 인터뷰에서 “그 책을 쓸 때 우리는 너무 낙관적이었다. 우리가 작업의 결과를 내놓으면 정책결정자들이 그것을 참조하여 행동을 바꿀 것이라고 믿었다”고 40년 전의 자신들의 ‘순진함’을 돌아보며 자책하는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1970년대라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너무 늦어버렸다”는 매우 비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그의 추산으로는 현재 인류의 산업 및 소비생활의 규모는 이미 지구가 용납할 수 있는 수용능력의 150% 이상을 초과했다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성장의 한계>의 저자들이 지금 드러내는 비관주의의 근거가 점점 더 확실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미소니언 심포지엄’에서 밝혀진 중요한 사실은 지금부터 40년 전의 예견이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갈수록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물리학자 그레엄 터너가 2008년에 발표한 논문이다. 이것은 1970년에서 2000년까지의 인구, 공업제품, 자원, 오염, 식량생산 등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그 추세가 <성장의 한계>에서 예견된 시나리오와 거의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결과이다. 1970∼2000년이라는 30년간의 동향이 <성장의 한계>가 예측한 추세와 일치한다면, 이른 시기 안에 급진적인 방향전환이 없다면 이 책이 경고한 ‘산업문명의 붕괴’는 결국 현실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성장논리에 기반을 둔 우리들의 생활방식은 앞으로 수십년 내에 어떤 식으로든 끝날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아직도 ‘지속가능한 성장’ 혹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운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환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효율적인 자원이용이라는 방법으로, 혹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것도 심히 어리석은 생각임이 분명하다. 낭비와 파괴와 오염을 구조적으로 강요하는 근본적인 틀 자체가 혁파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혁신적인 과학기술이란 결국 파멸을 앞당기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녹색혁명’이라는 ‘과학적 영농방법’의 도입이 바로 그렇다. 1950년대 이래 ‘녹색혁명’으로 세계의 식량생산은 비약적으로 증대되었으나 그것이 기계와 화학물질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불가피하게 함으로써 반세기가 흐른 지금 세계 전역의 농토는 대부분 사막화 현상을 드러내고, 농산물 증산도 더 이상 가능하지 않는 국면에 직면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기계화·화학화가 대대적으로 적용된 농법의 영향으로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오랫동안 세계 식량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어온 ‘월드워치연구소’의 창설자, 레스터 브라운이 현재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게 바로 이 문제이다. 그는 물 부족 문제는 석유 고갈 문제보다도 곧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오늘날 석유 없이는 불가능한 게 현대적 농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피크오일’ 이후의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식량생산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석유에 못지않게 물 부족 문제 또한 식량생산에 큰 위협이 될 것이고, 그 결과 우리는 조만간 전대미문의 대량 기아(飢餓) 사태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어쩌다 이렇게 바로 코앞에 닥칠 일도 보지 못하고, 오로지 성장논리에 갇힌 채 아무 대비 없이 이 지경까지 왔을까? 1973년에 나온 책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성장의 한계>가 예견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훌륭한 해답을 제시한 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프리츠 슈마허는 동남아시아 전통사회에서의 체류 1년간의 체험을 통해서 “유한한 지구상에서 무한한 성장”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서구식 근대문명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현대경제학의 근원적인 어리석음을 통절히 깨닫고, ‘성장’과 ‘진보’가 아니라 인간조건의 한계에 대한 성숙한 인식 위에서 자족(自足)할 줄 아는 ‘불교경제학’을 제창했다.

슈마허의 메시지는 중요한 것이었지만, 성장논리에 중독돼 있는 허다한 정책결정자와 경제학자들로부터 <성장의 한계> 못지않게 냉대를 당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를 포함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 책을 주목했다. 카터는 슈마허를 백악관으로 초청하여 한 시간 동안 경청했다. 그리고 곧 백악관 지붕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하고, 참모들에게 지구환경에 관한 종합적인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그런데 1982년, 카터가 물러나고 새로이 대통령이 된 레이건이 백악관에 들어온 첫날, 최초의 지시사항이 지붕 위의 태양광 패널을 제거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는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매우 상징적이다. 레이건 이후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의해 전 세계가 걷잡을 수 없이 황폐화된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 퇴영적 정치의 출발점이 바로 <성장의 한계>나 <작은 것이 아름답다>처럼 인류의 장래를 위해서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 메시지를 난폭하게 짓밟는 행위였던 것이다.

<성장의 한계> 이후 40년의 세월이 완전히 허비되어버린 것은 생각할수록 통탄스럽다. 더욱 통탄스러운 것은 이제 완전히 벼랑 끝에 이른 상황에서도 아직도 성장논리가 이 세상을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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