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김별아 | 해냄 | 288쪽 | 1만3800원
소설가 김별아는 20개월간 총 39차례에 걸쳐 한반도 남측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는 백두대간 여정의 17차부터 39차까지의 기록이다. 책 구성도 등산 일정을 따라 23개의 토막글로 이뤄졌다. 이 책의 1~16차 여정을 담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후속 이야기다.
김별아는 산을 오르면서 변화를 체험했다고 한다. 초반에는 완주에 대한 강박이 강했는데 산행을 거듭할수록 강박감은 소박한 소망으로 바뀌었다. 점차 마음을 비우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산을 오르는 고통, 해내고야 말겠다는 오기, 불안 등을 다룬 고행록이라면 이 책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찬찬히 삶을 곱씹어보는 글로 채워져 있다. ‘산은 곧 삶’이라는 사색이 깔려 있다.
김별아는 “누군가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 누구도 산을 대신 타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 산을 올라본 자는 안다. 너무 평범한 나머지 주목받지 못하는 삶의 진리들이 산 속에서 새삼 부각된다는 사실을.
웬만큼 산을 타게 되면 슬슬 자만심이 솟아나듯 김별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평지가 많은 덕유산국립공원 덕산재~삼봉산 코스를 만만하게 여겼다. 그러자 한순간 청명한 하늘에서 우박 같은 진눈깨비가 쏟아졌다. 초겨울이라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에 몸을 떨어야 했다. 그리곤 깨닫는다. ‘만만한 삶이란 없다.’ 삶은 산행처럼 힘들어도 묵묵히 가야 하는 길이다.
때때로 산을 오르다보면 ‘얼마나 더 가야 끝일까’하며 조급해하곤 한다. 김별아가 가파른 오르막을 타며 그런 생각을 할 때, ‘박완서 선생 영면’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충격 속에 삶과 죽음을 떠올린 그는 오늘의 소중함, 즉 순간순간을 허투루 보내선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봉우리 하나하나를 한 발 한 발 온몸과 온 마음을 실어 걷듯 우리네 인생도 그처럼 보내야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불만과 한숨이 잦은 사람을 향해서는 당장 헉헉대며 가는 산행길이 돌아보면 아름다운 꽃길이었음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정현종의 시를 빌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알게 되면 삶에 희망이 샘솟는다고 속삭인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삶의 짐에 짓눌려 하루하루가 꽃길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간다.
김별아의 산행에는 아름다운 시들이 동행했다. 재를 넘고 산등성이를 걸으며 인생살이와 더불어 시를 떠올린다. 그가 깨닫는 삶의 진리는 시라는 여과기를 통해 더 명징하게 전달된다. 그렇다, 진리는 산 속에도, 시 안에도 있다.
저자는 백두대간 마지막 산행에서 종주 과정 전체를 기적이라 표현했다. 그리고 사는 일도 기적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 생각에 이르면 자연스레 모든 일에 감사하게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