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직장인 김모씨(54)는 현재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취업한 뒤 결혼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해줄 생각이다. 아들이 결혼하면 들어갈 돈을 생각해 자산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아들에게 신세질 생각은 없다. 김씨는 “요즘 시부모 모시기를 누가 좋아하나. 아들과 살면 서로 불편하다”고 밝혔다. 그는 “은퇴 후 부부가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 그동안 못했던 취미생활이나 여가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들은 부모와 자녀를 부양하겠다는 의식은 강하지만 자신들은 자녀에게 의지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베이비부머란 한국전쟁 종전 직후인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가리킨다. 총인구의 14.6%(약 712만명)를 차지한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베이비부머의 가족생활과 노후생활 전망’ 보고서를 보면 베이비부머의 93.2%는 “노후에 부부끼리, 혹은 혼자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고 한 사람은 6.1%에 불과했다. 노후에 중요한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78.4%가 배우자를 꼽았다.
베이비부머들은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은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자신은 자녀들로부터 노후 보장을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부머의 51.7%는 “노부모의 부양 책임이 자녀와 가족에게 있다”고 밝혔지만 자신이 자녀의 수발을 받기를 원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3.8%에 불과했다. 36.1%가 요양시설, 21.1%가 요양병원에 가겠다고 응답했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부양 책임 기간에 대해서는 절반에 가까운 41.5%가 “결혼할 때까지”라고 응답했다. “성인이 되는 만 20세까지”라고 응답한 비율은 3.2%에 그쳤다.
보고서는 “베이비부머는 부모는 부양하지만 자녀로부터는 자신의 노후 보장을 기대하지 않는 ‘일방적인 부양제공’의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현재 노인 세대에 비해 공적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높다”며 “공적서비스와 배우자가 적절하게 역할을 분담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