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을 댐으로 막아 만든 인공호수는 콜라병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콜라병은 이산화탄소가 잘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압력을 높이고 뚜껑으로 막아 놓은 것이다. 뚜껑을 열면 콜라 속에 탄산 형태로 녹아있던 이산화탄소가 ‘펑’ 소리를 내며 빠져나온다. 압력이 높을수록 더 많은 기체가 녹아들어가는 현상은 ‘헨리의 법칙’으로 잘 알려져 있다.
헨리의 법칙은 호수에도 적용된다. 콜라병의 뚜껑이 닫혀 있을 때와 열렸을 때의 압력 차이는, 깊은 수심에 가해지는 수압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물속 2m만 잠수해도 고막이 터질 것처럼 아픈 것은 높아진 수압 때문이다. 그렇다면 깊은 호수에서 콜라병 뚜껑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수온약층(thermocline)이라 부르는 얇은 층이다. 수온약층은 밀도가 높은 하층의 차가운 물과 상층의 따뜻한 물 사이에 형성되기 때문에 아랫물과 윗물이 섞이는 것을 막는다.
![[안병옥의 생태이야기]지구온난화 가속시키는 댐](https://img.khan.co.kr/news/2012/06/14/l_2012061501001489300140652.jpg)
대규모 댐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잘 알려져 있다. 주민들의 이주 과정에서 지역공동체가 파괴되는가 하면, 강 생태계가 단절되고 부영양화 등 수질이 나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다시 댐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메탄가스 때문이다. 댐으로 흐르는 물을 가두면 물에 잠기는 식물과 상류에서 흘러들어온 유기물질들이 댐 상류의 바닥 부근에서 썩게 된다. 이때 부산물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 영향력이 25배나 강력한 온실기체다.
수온약층은 보통 수심이 10m 이상인 깊은 호수에서 형성된다. 이 층이 없는 호수는 뚜껑이 열려 있는 김빠진 콜라병과 같다. 호수의 깊은 층에 있던 메탄은 수면으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로 산화되어 천천히 공기 속으로 방출된다. 수온약층이 형성된 호수에서는 정반대다. 위아래 물이 섞이지 않아 메탄은 표층으로 올라올 수 없다. 호수 바닥에 용해되어 가라앉아 있던 메탄은 심층수가 방류되거나 수력발전소의 터빈이 돌아가는 과정에서 가스 형태로 방출된다. 이 경우 콜라병 뚜껑을 열 때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최근 대규모 수력발전이 청정에너지가 아니라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석탄이나 석유를 태우지 않는다 해도 메탄가스를 다량 방출한다면 지구온난화의 대안이 될 수 없다. 2007년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는 댐은 단일 인공구조물 가운데 메탄을 가장 많이 내뿜는 배출원이라고 주장했다. 열대우림 지역의 수력발전소가 방출하는 메탄가스에 포함된 탄소의 양이 같은 규모의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양보다 4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대형 댐들이 해마다 방출하는 메탄의 양이 이산화탄소 8억5000t에 해당한다. 이는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여섯 번째로 많이 내뿜는 독일의 배출량과 맞먹는다.
댐이라는 말은 중세 네덜란드에서 처음 사용됐다. 네덜란드 도시들의 이름은 강 이름과 네덜란드어로 댐을 뜻하는 ‘담’을 조합해 만들어진 것이 많다. 예컨대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은 암스텔 강과 로테 강에 댐을 붙여 만든 이름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는 약 3만3000개의 댐이 있다고 한다. 그 중 약 5000개는 높이 15m 이상의 대형 댐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대형 댐이 ‘메탄 공장’임을 밝히는 연구를 브라질 과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며칠 후 열리게 될 리우+20회의 개최국인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댐 건설을 추진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브라질 정부는 2020년까지 아마존 유역에서만 30개의 댐을 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물론 반대 움직임도 거세다. 벨로 몬테 댐 건설 저지운동에는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가수 스팅 등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댐 건설은 늘 갈등의 대상이다. 가장 최근에 논란을 빚은 것은 4대강 사업이었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된 이 사업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