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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

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한시 외교’

입력 2012.06.15 20:35

▲한시, 마음을 움직이다…이규일 지음 | 리북 | 311쪽 | 1만3000원

‘콩을 삶으려고 콩대를 태운다/콩은 솥에서 울어댄다/본래는 한뿌리에서 났는데/서로 졸여댐이 어찌 이리 급한가.’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의 아들 조식이 지은 ‘칠보시’다. 조식은 후계자로 지명된 형이 자신을 제거하려 들자 형에 대한 섭섭함과 울분을 이 시로 표현했다. 조식은 ‘콩과 콩대가 한뿌리에서 난 것처럼 형제도 한핏줄인데 왜 다투는가’라고 형에게 되묻고 있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은 1990년 2월 대만의 한 단체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이들을 맞이하며 ‘칠보시’를 읊었다. 중국과 대만은 형제 관계이니 서로 싸우지 말자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책과 삶]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한시 외교’

중국의 지도자들은 외교 활동에서 한시를 곧잘 끌어다 쓴다. 중요한 메시지를 에둘러 전달할 때나 난처한 상황을 교묘히 피하고자 할 때 한시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한시, 마음을 움직이다>는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한시 외교’를 다뤘다.

한시를 가장 애용하는 인물은 원자바오 총리다. ‘문인 총리’로 불릴 만큼 박학다식한 그는 연설하거나 대화할 때 한시를 자주 인용한다. 그가 공식 석상에서 인용한 한시와 고전 문구만을 모아 놓은 책도 여러 권 출간됐을 정도다. 통상 지도자들의 입에서 인용되는 한시는 사전에 준비되는 데 반해 원 총리는 즉흥적으로 내뱉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한시에 대한 내공이 만만찮다는 증거다.

2007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이 끝났을 때이다. 한 기자가 원 총리에게 어떻게 공직자 부패를 척결할 것인지 물었다. 그는 “물은 배를 띄울 수 있지만 배를 엎어버릴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순자>에 처음 등장한 말로 정치에서의 ‘민본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물은 백성, 배는 권력을 빗댄 것이다. 원 총리는 이 한시 인용에 이어 인민이 정부를 감시하는 방안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 문구는 이후 중국 공산당 간부 교육의 주요 구호가 됐다고 한다.

한시는 중국과 긴장관계 속에 있는 미국을 상대할 때 자주 등장한다. 일종의 우회 전술이다. 후진타오 주석이 2006년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두 편의 시를 읊었다. 먼저 중국 상공인들과의 오찬 모임에서 이백의 유명한 ‘행로난’을 인용했다. ‘큰 바람 타고 파도를 넘는 날 반드시 있으리니/높은 돛 곧게 달고 푸른 바다 건너리라.’ 경제에 대한 중국의 기대와 낙관이 배어 있다. 또 조지 부시 대통령 주최 오찬에서 건배 답사를 하며 두보의 ‘망악’ 한 소절을 읊조렸다. ‘반드시 정상에 올라/저 낮은 산들을 둘러보리라.’ 강대국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굴기의 기세가 담긴 건배사다.

덩샤오핑은 한시 외교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그는 “읽은 책이 많지 않다”고 말한 바 있는데 실제로 고전에 흥미가 없었다. 마오쩌둥은 시와 고전 인용을 즐겼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자신이 창작한 시를 읊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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