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형제단 승리 견제… 무르시 진영 “군부 술책”
이집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 같은 결정은 이집트 군부가 민간에 권력 이양을 꺼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와중에 나왔다. 지난해 군부 출신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몰아냈던 이집트 민주화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이집트 관영 메나통신은 20일 “대선 결과가 예정대로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며 “두 후보 측이 신고한 400건의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성명을 전했다. 하지만 언제 결과를 발표할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성명은 이슬람단체인 무슬림형제단 소속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61)가 군부의 지지를 받는 전 총리 아메드 샤피크 후보(71)를 꺾고 승리했다는 비공식 발표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16~17일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무르시는 과반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즉각 반발했다. 지하드 알 하다드 대변인은 “이번 연기 결정은 근거가 없다. 군최고위원회가 정치적 뒷거래를 성사시키려 술책을 꾸미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22일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또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군부가 이번 선거를 무효로 선언하거나 당선자를 뒤바꿀 가능성도 제기한다. 현지 언론 자달리야는 이집트 정보당국이 오는 주말 샤피크를 당선자로 선언하려 준비 중이며, 이에 따른 소요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군부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3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줄곧 지배세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해 민주화를 기점으로 강력한 풀뿌리 조직력에 바탕해 정계 진출을 시도한 이슬람세력에 주도권을 내주길 꺼리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친군부 성향인 헌법재판소가 무바라크 축출 이후 민주선거로 구성된 의회를 불법이라고 판결했고, 군부는 즉각 의회를 해산시킨 바 있다.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한 무슬림형제단의 영향력을 무효화시킨 것이다. 또 대선 결선투표 직후에는 새 헌법이 제정될 때까지 군이 군 통수권부터 예산권까지 갖도록 하는 임시헌법을 발동시키면서 신임 대통령의 권한을 크게 축소시켰다. 이 역시 무슬림형제단의 승리를 미리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당시에 “군부가 공개적으로 말한 것을 뒤집었다”면서 “군부가 정당한 승자에게 권력을 이양한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무바라크는 몰아냈지만 뿌리 깊은 군부는 흔들지 못한 민주화혁명은 군부와 이슬람진영 간의 갈등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2차 혁명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집트 일간 알 아흐람은 지난 20일자 1면 제목을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위험한 48시간”이라고 뽑았다. 현지 인권변호사 몬타세르 엘자야트도 “앞으로 며칠이 이집트에 매우 어려운 날들이 될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급박한 정치드라마가 펼쳐지는 이집트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 무바라크는 이미 조연에 불과하다. 실각과 동시에 영향력을 잃어버렸다. 익명을 요구한 이집트 군최고위원회 관계자는 “무바라크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CNN방송은 “그가 사망하더라도 대대적인 추모 열기는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군부가 무바라크의 장례를 군인장으로 치를 경우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전했다. 일각에서는 ‘총성 없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관심을 돌리기 위해 무바라크의 사망 임박설을 지어내 흘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