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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주화의 험난한 길

입력 2012.06.24 21:09

수정 2012.06.2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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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수 | 한양대 교수·중동학

이집트의 첫 민선 대통령으로 자유정의당의 무르시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렇지만 이집트가 가야 할 민주주의의 길이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이집트 군부가 아랍민주화의 첫 결실부터 무참히 짓밟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군사독재와 폭압의 사슬을 끊고 60여년 만에 실시된 이집트 대선 결선투표는 6월18일 개표가 완료된 이후에도 결과를 밝히지 않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더욱이 선거직전 총성 없는 쿠데타를 통해 군부가 상상을 초월하는 초법적인 방식으로 대통령 당선자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바꾸려 한다는 의혹도 난무했다.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일련의 쿠데타 조치들이 이를 뒷받침해 주었다. 자유로운 선거에 의해 개원한 의회를 대선을 눈앞에 두고 헌법재판소를 압박해 해산을 명했고, 무바라크 독재정권에 협력한 고위인사들의 대선 출마를 금지한 입법을 위헌처리하면서 전 총리였던 샤피크에게 대선 출마의 길을 열어주었다. 대선 개표결과 군부와 앙숙관계인 무슬림형제단이 주축이 된 자유정의당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하룻밤 사이에 개헌 쿠데타를 주도해 대통령의 군통수권과 전쟁 선포권, 의회의 입법권, 행정부의 군 인사권과 국방장관 임면권 등을 박탈하는 초법적 조치를 취했다.

[국제칼럼]이집트 민주화의 험난한 길

이집트 대선은 아랍근대사에서 21세기 전환기적 대사건이다. 아랍은 1920년대만 해도 언어, 종교, 종족을 공유하는 하나의 문화 공동체였다.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22개의 개별국가로 쪼개져 독립한 이후에는 일부 산유국들은 엄청난 부의 정치로 세습적인 왕정을 유지했지만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은 군사쿠데타를 통해 사회주의 권위주의 정권으로 돌변했다. 게다가 중동 석유를 지키려는 미국의 자국 이익 극대화 전략으로 독재군부와 결탁하는 왜곡된 정치구도가 고착화됐다. 2011년 봄부터 시작된 아랍민주화 혁명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거대한 민심의 표출이었고, 이집트에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첫 지도자를 선출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가 이슬람 정권이라도 공정한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선택한 정권이라면 최소한의 존중을 표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예의이다. 그럼에도 무슬림형제단이기 때문에 위험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낙인이 통용된다면 아랍의 민주주의는 또다시 10년을 후퇴할지도 모른다.

무슬림형제단은 1928년, 영국의 식민통치하에서 독립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풀뿌리 저항조직으로 출발했다. 당시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을 중심가치로 하면서 부패한 세속정권을 대신하는 보다 실용적인 정치적 변혁을 내걸었다. 무슬림형제단도 시대를 거치면서 진화를 거듭했다. 특히 이집트에서는 무바라크 군사정권의 극심한 탄압으로 정치일선에서의 무모한 투쟁보다는 민심을 헤아리면서 좌표를 잃고 방황하는 사회의 새로운 미래희망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병원을 지어 아픈 서민들을 보살피고, 학교를 지어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쳤다. 구호재단 설립을 통해 중앙정부의 부패구조에 꽉 막혀버린 분배의 흐름을 도왔다. 이슬람 정신이 살아있는 젊은 엘리트들을 외국에 유학 보내 급변하는 세계의 흐름을 익히게 했다. 시민단체가 통제되거나 와해된 이집트 정치환경에서 지난 80여년간 무슬림형제단은 사실상 서민들이 의존하는 가장 신뢰할 만한 풀뿌리 시민조직이었다.

현실정치로 돌아온 무슬림형제단은 이념적이고 종교적인 보혁논쟁에서 벗어나 훨씬 자유로운 선택을 할 것이다. 무르시 후보가 소수 종교의 보호와 기독교인들의 등용, 종교적 복장의 자유화 등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며 서구나 세속주의자들의 이슬람화 우려를 일축한 것이 좋은 예다. 군부와의 관계에서도 우선은 대중적 선동정치보다는 협상을 통해 약간의 권력을 분점하더라도 집권하는 쪽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막강한 군부 기득권 세력이 무슬림형제단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변화를 갈구하는 민의를 읽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또 다른 희생과 엄청난 피의 투쟁을 부를지도 모른다. 모처럼 시작된 아랍의 민주화 과정이 부디 이집트를 시작으로 연착륙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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