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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첫 이슬람주의자 대통령… 군, 권력 이양 거부 땐 다시 혼란

이집트 대선 결선투표에서 유권자들은 무슬림형제단 후보인 모하메드 무르시(61)를 당선시키며 구체제 인사의 집권을 저지했다.

그러나 군부가 무르시 당선자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정국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회를 해산한 군최고위원회가 민선 정부에 대한 권력이양까지 거부한다면 무르시 당선자는 허울뿐인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 단체인 무슬림형제단 소속 무르시 당선자는 미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엘리트이며 타협할 줄 모르는 강경 이슬람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당초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카이라트 알 샤테르를 대선후보로 밀었으나 샤테르가 선거법상 요건을 채우지 못해 후보 자격을 잃자 무르시를 ‘대타’로 내보냈다.

무르시는 선거 유세에서 민주주의와 여성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1979년 체결한 이스라엘과의 평화조약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엔 여성의 대선 출마에 반대했고 이스라엘 정치인들을 ‘흡혈귀’나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반대 세력들은 무르시가 집권할 경우 이집트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통치되는 신정국가가 될 수 있다고 공격했다. 무르시는 선거 기간 이슬람주의자의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애썼다. 그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슬람 민주주의라는 것은 없다. 오직 민주주의가 있을 뿐”이라며 “국민이 권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에 대해서도 “상대가 평화조약을 존중한다면 나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무르시가 대통령에 당선되긴 했지만 앞날은 험난하다. 군최고위원회는 의회를 해산한 뒤 임시헌법을 공포해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했다. 군최고위원회는 새 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입법권을 갖는다. 군사와 관련된 업무 역시 군최고위원회가 맡고 있다. 대통령이 질서 유지와 치안 확보를 위해 군 병력을 동원할 때도 군최고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신임 대통령은 군 통솔 권한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군최고위원회가 다음달 1일까지 민정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약속을 어겨도 이행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군부가 무르시가 당선된 사실을 확인한 뒤 무르시와 협상을 벌였다는 추측도 있다.

BBC방송은 군최고위원회가 ‘출구 전략’을 세울 시간을 벌기 위해 당선자 발표를 21일에서 24일로 미루고 무슬림형제단과 밀실 협상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후환이 두려운 군부가 무슬림형제단 측에 기소면제권을 달라고 요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슬림형제단 관계자는 “군최고위원회와 만나긴 했지만 의회 해산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양측 간에 협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집트 대선과 관련해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태도에 따라 군부의 민정이양이 앞당겨지거나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0일 “군부는 헌법적 권위에 개입하거나, 그 권위를 전복하려 해선 안된다”며 “군부는 권력을 정당한 승자에게 이양한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 걸린 군부의 이해관계가 워낙 큰 터라 미국이 보낸 경고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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