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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의 ‘관치 그림자’

입력 2012.07.15 21:20

수정 2012.07.1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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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는 요즘 바람 잘 날이 없다. 올해만큼 교육계 이슈가 흘러넘쳤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올 상반기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인 학교폭력 문제는 교육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결국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모자라 총리가 나서 학교폭력 대책을 내놨지만 지금도 살인적인 학교교육의 문제점은 나아진 게 별로 없다.

[아침을 열며]교육현장의 ‘관치 그림자’

교육계의 해묵은 갈등은 폭발 직전이다. 교과부는 진보교육감 등장 이후 학생인권조례와 각종 교육정책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충돌을 빚었다. 양측의 갈등은 법정공방으로 번진 채 지금도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도종환 시인의 작품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문제를 놓고 분란을 키웠다. 국공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문제도 교육계의 현안 중 하나다. 비리 사학재단의 이사진 복귀를 결정한 최근 사학분쟁조정위원회 논의결과도 여론의 반발을 불렀다. 정권 말 해묵은 교육계의 병폐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느낌이다.

이주호 장관은 이른바 ‘아륀지’ 멤버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에 입성한 뒤 2010년 교과부 장관에 올랐다. 그는 줄곧 이명박 대통령의 곁을 지킨 몇 안되는 ‘원년멤버’ 중 한 명이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최근 교육계의 논란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교육현장에 드리운 ‘관치(官治)’의 그림자다.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불협화음을 키우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는 예산 지원이라는 무기를 갖고 정부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총장직선제 폐지다. 이 장관은 대학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총장직선제 폐지를 추진 중이다. 총장직선제는 1990년대 초 민주화운동의 산물이다. 관치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새로 도입한 제도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직선제는 대학사회에 수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부작용도 생겼다. 최근 전남대 총장 선거 과정에 후보자가 교수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수사는 정부 방침을 거스른 데 대한 ‘괘씸죄’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직선제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부작용을 들먹이며 관치로 돌아가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더 문제다. 전남대 외에 부산대와 경북대를 비롯한 주요 국공립대 5곳이 정부 방침을 거스른 채 직선제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대학에 예산 지원은 물론 학생·교수 정원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굴복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교과부가 내놓은 전국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도 의문점 투성이다. 진보교육감이 있는 전국 6곳의 교육청은 모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나머지는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이후 잇따른 학생 자살로 우동기 교육감이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대구시교육청도 우수교육청에 포함됐다. 진보교육감은 “정부 방침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게 나쁜 평가로 이어졌다”며 교육감 길들이기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 6개 교육청은 정부가 주는 특별교부금이 줄어들게 돼 있다.

최근 불거진 교과서 파문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다. 초·중·고 교과서는 교과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출판사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교과서 제작을 맡고 있는 출판사의 상전이다. 평가원 지침은 말 그대로 법이다. 그런 평가원도 교과부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한다. 사안에 따라 예산지원은 물론 감사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 시인이 문재인 전 노무현재단이사장의 선거캠프에서 일하고 있다는 게 화근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주호 장관은 “삭제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교과서 검인정 작업의 책임자는 교과부 장관이다. 정치적 편향성과 이중잣대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교과서 개편작업이 단 한차례의 공청회나 여론수렴 과정도 없이 모든 게 밀실에서 결정됐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물론 관치라고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편가르기식 편견을 갖고 남을 겁박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부의 밀어붙이기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최근 선장이 바뀐 서울시만 봐도 무리한 사업추진이 부른 결과는 참혹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밀어붙인 양화대교 아치교와 세빛둥둥섬은 하루아침에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서울시는 이들 사업을 총체적 부실덩어리로 결론냈다. 오 전 시장은 하루아침에 ‘부실 시장’으로 낙인 찍혔다. 서울시 직원 사이에 “오 전 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장관의 남은 임기라야 6개월 남짓이다. 공무원은 원래 영혼이 없다고들 한다. 내년 초 교과부 공무원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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