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음식업 42% 여가·서비스업 65% 쉬는 날 없이 일해
자영업자에게는 세 가지가 없다. 휴일과 육아시간, 노후대책이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일하면서, 현재의 가족과 미래의 자신을 거의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영업자의 달력에는 ‘빨간 날’이 없다. 영업시간이 줄면 벌이가 주는 만큼 쉽게 가게문을 닫지 못한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7년째 수산물 가게를 하고 있는 이양희씨(43)는 “명절 연휴 중 단 하루 쉬는 것도 장사에 타격이 커서 1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오히려 모두들 더 열심히 장사를 한다”며 “아파도 가게에 나와 아파야 된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숙명”이라고 밝혔다.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자영업자에 없는 3가지 ‘휴일·육아시간·노후대책’](https://img.khan.co.kr/news/2012/07/17/l_2012071801002220900177152.jpg)
홍대 앞 번화가에서 황태요리집을 운영하는 최모씨(52) 역시 “뼈가 삭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1년 내내 장사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하루라도 쉬면 마진이 남지 않기 때문에 설과 추석도 쉬지 않는다”고 전했다.
생계형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1년 중 하루도 쉬지 않는다. 휴일이 있어도 일반 직장인에 비해 극히 적다. 통계청의 ‘개인사업체 현황 및 특성 분석(2010년 기준)’ 보고서를 보면 ‘5인 미만 개인사업체’ 중 28.3%가 정기휴무일을 두지 않고 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을 운영하는 이들 중 42.2%가 휴무일이 없다고 답했다. 여가·서비스 관련 업체는 65.6%가 ‘무휴’였다. 금융·보험·교육 등을 모두 합쳐야 ‘한 달에 4~5일 쉰다’는 응답이 42.7%에 달했지만 임금근로자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취재팀이 한 달간 만난 소규모 자영업자 대부분은 “휴식이 부족하고 여가시간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자영업의 굴레는 ‘삶의 질’마저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쉴 시간도 없으니, 자녀들에 대한 보육·교육도 자연 소홀해진다. 특히 부부가 함께 장사를 하는 경우엔 자녀들에게 따로 시간을 내기 더욱 어렵다. 이씨는 “아이들을 가축에 비유하는 게 미안하지만 ‘방목’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라며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밤 10시에 닫는데 뭘 해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인근 월드컵시장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송은자씨(44) 역시 “장사를 하다보니 아이들 학교 행사에 참여한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자영업 벌이가 시원치 않으면 교육비 또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자녀들의 학업 경쟁력도 떨어진다. 부모의 어려움이 자녀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퇴직금으로 은퇴 후 노후설계를 하는 임금근로자들과 달리 자영업자들은 노후대책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망원시장 상인회장인 조태섭씨(56)는 “열심히 장사해서 남으면 그걸로 노후대책 세우겠다는 상인들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그는 “국민연금도 일부 상인들만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등의 복지 이야기는 있지만 우리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