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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의 100여년, 지방 상인부터 대통령까지 찾은 진정한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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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의 100여년, 지방 상인부터 대통령까지 찾은 진정한 ‘광장’

입력 2012.07.20 20:15

▲광장시장 이야기
김종광 지음 | 샘터 | 278쪽 | 1만4800원

새롭고 편리한 것만 좇는 속도의 시대에 서울 한복판 광장시장은 별종이다. 수십년 동안 꿋꿋하게 재래식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지일관의 힘은 시장을 설립하고 운영해온 광장회사에서 나온다. 광장회사는 을사조약 이후 남대문시장, 진고개(명동)로 밀려드는 일본 상인들에 맞서 조선 자본에 의해 세워졌다. 광장회사는 1905년 종로 4가에서 6가에 걸쳐 시장을 조성했는데 지금의 광장시장이 그것이다. 한국 최초의 사설 상설시장이 세워진 것이다. 광장회사는 100여년간 가업처럼 물려지며 광장시장을 지켜가고 있다.

광장은 청계천 ‘광교에서 장교까지’를 축약한 말이다. 이후 광장의 장(長) 자는 작명가에 의해 곳간으로 지은 곳집을 뜻하는 장(藏)으로 바뀌었다. 광장(廣藏)은 ‘넓은 곳집’을 의미한다. 광장시장은 1970년대 초 동대문종합시장이 개설되기 전까지 ‘동대문시장’으로 불렸다.

[책과 삶]광장시장의 100여년, 지방 상인부터 대통령까지 찾은 진정한 ‘광장’

광장시장은 1950년대까지 농수산물이 주류였는데 명실상부한 서울의 곳간이었다. 1950년대 광장시장을 이야기하려면 ‘정치 깡패’ 이정재를 빼놓을 수 없다. 광장시장 상점 사장이기도 했던 이정재는 상가연합회를 조직하고 폭력조직을 동원해 광장시장을 통치하다시피했다. 권력을 등에 업은 그는 ‘동대문시장 황제’로 군림했다. 광장시장을 현대식으로 정비한 것도 이정재인데 그때 조성한 시장의 외형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광장시장의 전성기는 1960·1970년대였다. 이른바 ‘나일론 시대’를 맞으며 직물과 의류 전문 시장으로 탈바꿈했는데 한두 평짜리 점포만 있어도 부자 대접을 받던 때였다. 극장을 소유한 상인도 나왔고 라이프그룹도 광장시장에서 탄생했다. 전국 중소 의류 상인들이 전세 버스를 타고 와 새벽을 낮같이 밝혔던 것도 1970년대였다. 이 당시엔 상가 전속 DJ도 있었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부터 광장시장은 고비를 맞았고 금융실명제로 지방 상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광장시장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피해가진 못했다. 이때 상가 절반가량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대부분은 귀향하듯 하나둘 돌아와 가게 문을 열었다.

광장시장은 정치 1번지로 불리기도 한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때 박정희 정권은 광장시장에 특별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시장을 찾는 서민들의 여론 수집이 주요 임무였다. 정치인들이 무시로 얼굴을 내밀며 이벤트 정치를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도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곧잘 광장시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침체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대통령도, 서울시장도 아니었다. 한 TV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이 광장시장을 소개하면서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소설가 김종광은 논픽션과 픽션을 넘나들며 광장시장의 역사를 15가지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는 상인 인터뷰, 신문 기사, 논문 등을 바탕으로 광장시장의 부침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광장시장의 전신인 배오개시장의 풍경, 1970년대 국가대표 여자 농구팀을 후원한 미담, 전태일 열사와의 인연, 1960년대 화재사건 등. 근현대사의 이면을 보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상인들의 육성 증언이다.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역사 그 자체이자 ‘그래 그랬지’하며 우리를 미소짓게 만드는 추억 그 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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