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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엔 하루 손님만 천명이 넘었는데”

입력 2012.07.24 21:41

수정 2012.07.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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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거리서 25년간 주점·당구장 운영해 온 신혜옥씨

신혜옥씨(59)는 녹두거리에서 25년간 장사를 해온 산증인이다.

1988년부터 2002년까지는 주점 ‘태백산맥’을, 그리고 2002년부터 현재까지는 당구장 ‘빌리어드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태백산맥’은 1990년대 녹두거리의 대표 주점이었다. 신씨는 “당시엔 빈자리가 나지 않아 다른 학교 학생들 예약은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12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에서부터 50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큰 방을 포함해 총 9개의 방과 대형 홀을 운영했다. 손님이 많을 때는 저녁시간을 1, 2부로 나눠 각각 500명씩 하루 1000명의 손님을 받았다고 했다. 두부튀김찌개와 공깃밥이 주메뉴였다.

녹두거리에서 25년간 자영업을 해 온 신혜옥씨는 “과거 녹두거리는 주점, 호프집, PC방 등이 성업했으나 요즘은 딱히 특징짓기 어려울 만큼 업종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녹두거리에서 25년간 자영업을 해 온 신혜옥씨는 “과거 녹두거리는 주점, 호프집, PC방 등이 성업했으나 요즘은 딱히 특징짓기 어려울 만큼 업종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신씨는 “당시 학생증만 믿고 준 외상이 얼마인지 계산이 안될 정도”라며 “어려운 학생이 명절에 ‘집에 갈 차비가 없다’고 하소연해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0년 무렵부터 손님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 대형 룸 예약이 줄더니 서너 명씩 삼겹살집 같은 곳에서 모이는 새로운 문화가 싹텄다.

선후배끼리 수십명씩 모여 노래를 부르면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진풍경이 됐다. 신씨는 “당시 라이브 공연도 준비하고 낮에는 커피를 팔아보는 등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늘어나는 적자 탓에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신씨는 “일부 학생들이 ‘태백산맥이 문 닫으면 안된다’며 아쉬워했지만 내가 빚을 지면서까지 학생들 바람을 채워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10년 전에 당구장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장사는 어떠냐는 물음에 “겨우 먹고살 정도”라고만 대답했다. 신씨에 따르면 지난 세월 녹두거리의 자영업에도 변화가 있었다. 1980~1990년대 초까지는 막걸리나 소주를 파는 싼 주점이 대세였다. 1990년대 중·후반에는 카페와 호프집이 많이 생겼다. 2000년대 들어서자 PC방과 노래방이 급격히 늘었다. 그는 최근 몇 년 새의 변화에 대해서는 “뭐라고 특징을 짓기도 어려울 만큼 다양하고 화려해졌다”는 말로 대신했다. 프랜차이즈에 대해서는 “태백산맥 프랜차이즈를 만들었으면 돈을 벌었을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취업이 어려워서 그런지 무척 바빠 보인다. 가게 주인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는커녕 알고 지내지도 않는다”며 “이들이 졸업한 뒤 학창시절의 추억 하나라도 떠올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특별취재팀 홍재원·김보미(산업부), 이재덕(경제부), 이혜인(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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