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편의점 운영하며 재계약한 가족
편의점 한 곳만 장만하면 노후 대책은 끝이라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설명은 그럴듯했다. 김상철씨(27·가명)의 부모는 정년 퇴직 후 그동안 모은 돈과 퇴직금을 합해 2007년 경기도의 한 주택단지에 유명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열었다. “아르바이트생을 두고 편하게 일하면서도 하루에 13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본사 직원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던 것이다.
김씨의 부모는 직영점과 가맹점 가운데 가맹점을 택했다. 직영점은 2000만원만 내면 당장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지만, 회사에 고용돼 일하는 월급사장이 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의 아버지는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 1억5000여만원을 가게를 내는 데 모두 쏟아부었다.
김씨 부모는 1년에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1시간씩 일을 해야 했다. 명절 때도 가족 중 한 명은 편의점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수도 없었다. 부부는 수면 부족에 시달릴 정도로 일했지만 수입으로 한 달에 150만원을 챙기기가 빠듯했다. 노후대책은커녕 저임금, 중노동에 스스로 몸을 던져 넣은 꼴이 된 것이다.

30일 서울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고객이 계산을 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 판매수익 35%가 본사 몫
월세 내면 수입 150만원
‘24시간 의무운영’도 족쇄
문제는 본사와 맺은 수익배분 계약에 있었다. 매출액 기준으로 수익을 잠정 산출한 뒤 이 가운데 35%를 본사가 챙기는 내용의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점주가 수익의 65%를 가져가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었다. 아르바이트생 고용비, 월세, 전기료 등 매달 500만원을 점주가 자신의 수입에서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김씨는 “순수익을 기준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월세나 전기료가 오르면 가맹점주가 가져가는 돈은 더 줄어든다”고 말했다.
개업 첫해 하루 매출이 130만원이 넘었고, 두 번째 해부턴 200만원을 웃돌았지만 김씨 부모의 순수입은 언제나 제자리였다.
‘24시간 의무운영제’도 수익을 크게 낮추는 요인이었다. 병원이나 술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이 아닌 경우 야간에 문을 열어둘수록 운영비가 많이 나가 수입은 더 줄어드는 구조인 셈이다.
김씨는 “야간 아르바이트는 쉽게 구해지지 않기 때문에 최저임금보다 1000원 정도 높은 시급을 줘야 해 야간에는 아르바이트비가 많이 들어간다”며 “이를 아끼기 위해 새벽에 직접 카운터를 지키는 점주도 많다”고 했다. 게다가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도 문을 닫고 쉬지 못한다.
고육지책으로 김씨 부모는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줄이고 직접 매대를 지켜봤지만 이번엔 우후죽순 격으로 생긴 다른 업체들이 수익을 빼앗아갔다. 처음 시작할 때 반경 250m 내에 두 개뿐이던 편의점은 현재 4개로 늘었다.
김씨는 “같은 물품을 취급하는 일반 슈퍼와 빵집, 아이스크림 가게 등을 포함하면 8개의 점포가 한 동네 주민을 상대로 경쟁하는 셈”이라며 “편의점 하나가 생기면 순수익이 30만~40만원 떨어진다”고 말했다.
5년 계약이 끝날 무렵인 지난해에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접고 개인 슈퍼마켓으로 전환할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김씨 가족은 이런 생각을 곧바로 접었다.
동료 점주들은 “편의점 계약을 해지하고 슈퍼를 차리면 가게 옆에 본사가 다른 편의점을 바로 차린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결국 올해 초 재계약을 했다.
김씨는 “편의점을 하면 돈을 벌 것 같지만 목 좋은 곳 일부를 빼면 인건비나 겨우 건지는 정도”라며 “힘들고 돈도 안되지만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해 편의점을 포기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하면서도 적은 돈을 벌지만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어 편의점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올해 초 김씨 가족의 편의점 옆 길에 또 다른 편의점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김씨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김씨는 “그저 또 다른 편의점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