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31일 “가계부채 부실에 따른 위기상황이 단기간 내 급속히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위기가 현실화되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양산되고 서민경제 기반이 붕괴되면서 사회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놨다.
권 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김용태 의원(새누리당)이 주최한 특별강연에서 “최근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진행되면서 연체율이 점차 상승하고 있어 경제여건 악화시 금융위기로 급격히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카드 위기나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스페인 금융위기 등도 자산성장이 둔화하면서 단기간 내 부실이 급증해 금융위기로 전이된 경우”라는 게 권 원장의 설명이다.
위기상황이 현실화되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양산되고 서민경제 기반이 붕괴되는 한편, 경제범죄 및 이혼 증가 등 금융불안이 사회불안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특히 “(911조4000억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현재 건전성 수준은 대체로 양호하나 질적인 구조가 악화된 상태”라며 “저소득층의 금융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 통계청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소득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의 소득 대비 총부채 수준은 2010년 5.2배에서 지난해 6배로 증가했다.
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도 같은 기간 28.5%에서 42.6%로 급증하는 등 저소득층의 금융비용 부담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50대 이상 장년·고령층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타 연령대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12.1%로 20대의 40.8%, 39대 82.8%, 40대 85.7%에 견줘 크게 높은 수준이다. 전체 차주 가운데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32.3%에서 지난 3월 37.8%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는 있지만 금융회사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료를 보면,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지난해 165만명에서 올해 182만명으로 17만명 증가했다.
권 원장은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 차주, 7등급 이하면서 대출 3건 이상인 저신용 다중채무자, 고연령·저학력·저소득 계층이 다수인 생계형 사업자, 총부채 상환비율(DTI) 40%를 초과한 하우스푸어 등 4대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잠재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접근성을 확대하고 합리적인 금리수준의 서민금융상품을 확충하는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작업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