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받는 기존 대출자 1%에도 못미쳐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 상한선을 낮추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올린 은행들이 수조원의 이익을 챙겨왔다고 지적한 데다 금융당국도 은행의 가산금리 책정이 불합리하다고 압박한 탓이다. 하지만 대출금리 상한선 인하로 혜택을 받는 대출자의 비중은 전체의 1% 미만으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어서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금융권 탐욕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는 조치는 지점장 전결 금리권한 축소와 대출금리 상한선 인하 등이다.
신한은행은 7일 영업점장이 임의로 금리를 높이거나 고객별로 감면금리를 다르게 적용하지 못하도록 지점장 금리 전결권을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6일 지점장 전결 가산금리를 없애기로 했고, 하나은행은 지난 2월 지점장 전결 가산금리를 폐지했다.
시중은행들은 가계·기업 대출의 최고금리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가계대출의 금리 상한은 연 17%에서 14%로, 기업대출의 금리 상한은 연 15%에서 12%로 각각 3%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가계·기업 대출금리 상한선을 3%포인트 내린다. 하나은행은 13일부터 가계대출 최고금리를 연 16%에서 14%로 2%포인트 인하한다.
그러나 기존 대출자 가운데 금리인하 혜택을 받는 고객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금리인하로 은행별로 연간 10억원에서 수십억원 정도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은행들이 지점장의 전결금리 제도를 이용해 대출금리를 높여 2009년부터 3년간 1조550억원을 기업과 가계로부터 더 받아갔다고 밝혔다. 연간 3500억원 정도의 부당한 이익을 챙겨왔던 것에 비하면 금리 상한선 인하에 따른 소비자 혜택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은행들이 내놓은 방안은 모든 신용등급에 대해 금리를 일률적으로 낮추는 게 아니라 금리 상한선을 낮추는 것”이라며 “다른 보정 장치가 없이 상한만 낮추면 신용등급이 낮은 한계 고객들은 되레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 소비자들로부터 ‘일회적인 쇼’라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대출금리의 결정구조에 대한 투명성을 더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