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컨설팅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
자영업 문제에 관한 전문가 집단은 많지 않다. 정부 주무 부처도 명확하지 않다. 자영업 문제가 그동안 별다른 사회적 관심을 끌지 못한 것도 이들 현상과 무관치 않다. 고용이나 산업, 심지어 소외계층 문제 등 제한된 접근만이 이뤄졌을 뿐이다.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은 현장에서 자영업을 지켜봐온 전문가이다. 창업과 이후 운영 등을 돕는 컨설턴트로 16년간 일해왔다. 그는 지난 9일 기자와 만나 “정책 만드는 공무원들이 상가 현장을 가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프랜차이즈 팽창을 자영업 과잉의 주원인으로 꼽는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 팽창을 막을 수 있는 ‘자발적 쿼터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동시에 한국적 특색인 권리금 제도를 투명화 혹은 양성화하고, 실효성 있는 창업교육을 위한 전문교육기관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이 14일 서울 정동의 한 상가 안내판 앞에서 자영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 다양한 창업교육기관 신설
권리금 투명·양성화 시급
폐업 때 손실 줄여주는
재활용 시장 형성도 중요
- 프랜차이즈 숫자가 많다고 쿼터제를 도입하자는 게 가능한 일인가.
“창업시장에 잘못된 고리가 형성돼 있다. 현 정부 들어 창업을 고용의 틀로만 접근했고, 그 한 방편으로 프랜차이즈를 권장했다. 창업하면 대부분 한번 정점에 다다른 뒤 서서히 내려오는 그래프를 그린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의 양적 확장 탓에 급격히 정점에 오른 뒤 빠르게 매출이 떨어진다. 1000번째 개점한 가맹점이 나온 상황이라면 이미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를 식상해한다. 특히 정점에서 하강할 때 창업한 가맹점주들은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몇몇 프랜차이즈들은 가맹점을 급속도로 늘려나가다가 브랜드가 식상하게 되면 팔아버리거나 포기하고 다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양적 팽창을 거듭한다. 가맹점주로부터 돈을 긁어모으며 본사의 배만 채우는 것이다.”
- 지금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하지 않나.
“2008년 가맹사업법에 따른 공정위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 등록제 등 규제가 있다. 그런데 공정위가 필터링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 신청만 하면 거의 다 등록된다. 가맹거래사만 양산됐다. 공정위 양식에 맞춰 등록하는 일을 해주는 건데, 거래 한 건당 200만원 정도 번다. 밥그릇도 이런 밥그릇이 없다. 가맹거래사들이 올린 브랜드가 공정위에서 거부됐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 어떤 구체적인 보완이 필요한가.
“프랜차이즈의 질적 수준을 높이려면 가맹점 확산 속도부터 줄여야 한다. 업계가 자정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자발적 쿼터제’를 할 필요가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이 브랜드는 앞으로 100개점만 개점한다’는 식으로 방침을 미리 정하는 것이다. 업계가 먼저 양적 팽창을 멈추겠다고 선언하는 게 필요하다. 정책도 문제다. 공정위는 현재 가맹점이 많은 프랜차이즈에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 거꾸로 가맹점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페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창업자들도 대형 프랜차이즈가 성공의 보증수표가 아니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
- 프랜차이즈의 대안을 꼽는다면.
“ ‘전수창업’ 방식이 있다. 노하우 전수 방식이다. 조리법, 운영 방식 등이 검증된 가게에서 창업예정자에게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실제 이런 전수창업 방식을 채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창업자가 전수자에게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또 그중 일부를 정부가 심의한 후 지원해준다면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들에 대한 필터링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사업이 검증된 이들에 대한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마련돼야 한다.”
- 자영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정부는 ‘교육하고 대출한다’ 일변도이다. 교육을 한번 살펴보라. 지자체 주도로 비전문적인 교육업체가 대충 교육해주고 돈 받아 챙기는 구조다. 소상공인진흥원 창업교육은 교육내용을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걸 들어야 창업자금을 빌려준다고 하니 와서 앉아 있는 거다. 철저히 수요자 중심의 창업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육·멘토링·코칭·컨설팅으로 이어지는 교육이 필요하다. 전문화된 창업교육기관의 설립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전문창업대학 같은 체계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창업 현실조차 모르는 기존의 학자들이 창업을 교육하는 게 아니라 실전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 모여 전문대 형태로 교육해야 한다. 커리큘럼도 업종과 아이템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금대별 창업, 대학가 및 오피스텔 등 상권별 창업, 프랜차이즈 창업 등으로 과목을 다양화해야 한다.”
- 창업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도 많아져야겠다.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주는 일부 상권의 단순한 시장데이터가 필요한 게 아니다. 싸구려 컨설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나. 그곳은 업종분석을 전수조사하는 게 아니라 한국전화번호부 데이터 등 허수가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죽은 정보다. 상권별로 어떤 사업이 잘되는지, 점포 임대료와 권리금은 얼마인지 모두 공개돼야 한다. 이를 위해 부동산중개업소와의 협조체계도 필요하다. 정부가 살아있는 상권 정보가 제공되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 권리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까.
“그 문제를 짚을 때가 왔다. 용산참사의 본질도 실은 권리금 문제다. 현재 임대차보호법엔 권리금 안전장치가 없다. 하지만 권리금은 관행상 유지되고 있다. 자영업자에 대한 공적 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는 퇴직금 같은 기능도 한다. 권리금에 대한 가치평가체계를 만들어 적정권리금을 평가하자. 그에 따라 권리금 거래를 실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업권리금은 매출을 감안해서 책정하도록 하고 시설권리금은 감가상각을 계산하면 평가가 가능하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공론화해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폐업 후 자영업자 재활을 위한 방안은 없나.
“재활용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있다. 일본은 재활용 시장이 활성화돼 자영업자가 폐업을 하더라도 그 자산을 최대한 보장받는다. 그런데 우리는 폐업하면 기존 시설을 헐값에 팔아야 한다. 국내에도 대형 재활용 시장이 형성되면, 창업자 또한 비용의 거품을 줄일 수 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