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서 있다. 진출하는 이가 많아져 경쟁이 심화된 데다 불황마저 겹치니 버티기 어려워졌다. 특히 대형마트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위기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중간 크기쯤 되는 동네 마트 정도만 있어도 동네 상권이 죽지 않는다. 대형마트 대신 이 ‘중간마트’를 이용하게 되고, 중간마트엔 없는 물건들이 종종 있다. 이 물건은 동네 다른 상점에서 사서 채워넣어야 한다. 그러니 동네에 빵집, 이불 가게, 견과류 가게 다 살아남게 된다.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기고 - 소비자여, 골목 상점으로 발길을 돌려보자](https://img.khan.co.kr/news/2012/08/14/l_2012081501001802400138491.jpg)
물론 왜 대형마트를 찾는지에 대해서는 소비자들도 할 말이 있다. 대형마트는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고 연중 무휴인 데다 주차장도 넓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판매대에 적힌 가격할인 숫자는 주부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그럼에도 소비자부터 대형마트를 찾는 발걸음을 줄여야 한다. 자영업자들을 위해, 소비자가 비싼 물건을 일부러 사면서 스스로의 경제적인 이득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대형마트를 찾는 건 가정경제에도 손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형마트 판매대 물건은 겉으로는 싸 보인다. 그러나 실제 저렴한 가격을 매겨놨는지는 알 길이 없다. 품질 대비 가격은 파악조차 안된다. 지하로 내려가 고등어 한 마리, 수박 한 통 사려고 해도 누구 하나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저 붙어 있는 가격표만 유심히 들여다볼 수 있을 뿐이다.
대형마트가 없던 시절엔 장보기 풍경이 달랐다. 어머니 세대는 시장을 찾아 가게 주인과 소통했다. 이 과정에서 고등어 하나를 고르더라도 살이 투명하고 아가미가 선홍색을 띠는 게 신선한 것이라는 상품 선택의 노하우를 쌓았다.
지금은 비닐 팩 속에 비슷하게 들어 있는 모호한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한다. 뭔지도 모르고 집어들곤 한다는 점은 우리 스스로 부인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패스트(fast) 소비’다. 이래도 대형마트가 더 경제적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장바구니가 터지도록 쓸데없이 물건을 쓸어담게 되는 건 또 어떤가. 분주한 계산대에서 기다릴 걱정을 하노라면, 이를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묶음 제품 위주의 대용량 구매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대량 구매해온 제품들은 냉장고를 채운다. 적잖은 음식은 사용되지 않고 장기간 보관되거나 종국에는 버려지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에 한해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이 20조원을 넘어서게 만든 주요인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절약한 게 아니다.
‘할인 가격에’ 구입해서, 많이 보관하고 자주 버려야 하는 이 불편은 ‘편리한 소비’가 만들어낸 씁쓸한 본질이다.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만큼만 좋은 상품을 골라가며 소량 구매하고 구매 이후 완전히 소비함으로써 가졌던 생활의 품위는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점점 ‘파격 세일’이란 문구가 붙은 상품, 심지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유통업체들의 고가 전략 앞에서 바보 같은 소비를 하게 된다. 적절한 가격이 매겨진 좋은 품질의 상품을 선택하기 어려워졌다. 편리한 소비 대신 상품 선택의 권리를 내준 셈이다.
대형마트 대신 골목의 자영업 가게들을 찾아보자. 상점 주인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정보를 교환해, 개별 상품들이 지니고 있을 진짜 가치를 판단해보자. 전통시장과 동네 상점에서 눈높이 소비를 해 알뜰 가계를 꾸려보자. 자영업이 살기 위해선 소비자들도 똑똑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