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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자영업, 새로운 대안

내수 살아나야 자영업도 산다 … 수출대기업 중심 경제 벗어야

영세 자영업은 대표적인 내수의존형 산업이다. 근본적으로 내수가 살아나야 자영업이 살아난다.

이명박 정부의 수출대기업 중심의 경제 운용 축을 내수 진작 쪽으로 일부 옮겨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특히 소규모 식당이나 유통점은 대표적인 서민형 업종이어서 이들이 몰락할 경우 빈곤층 급증이란 사회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어 단편적인 금융지원 등으로 해결하기엔 난망한 상황이다. 자영업자에 대한 복지체계를 다듬어 잠재경쟁력을 높여주는 정책 마련도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을 살리려면 경제정책의 중심을 내수 활성화 쪽으로 옮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14일 서울 동대문시장의 한 쇼핑센터가 물건을 사러 온 소비자들로 붐비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전문가들은 자영업을 살리려면 경제정책의 중심을 내수 활성화 쪽으로 옮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14일 서울 동대문시장의 한 쇼핑센터가 물건을 사러 온 소비자들로 붐비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 수출에서 내수로 ‘한 클릭’

전문가들은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내수를 위축시키는 경제정책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수출대기업이 성장하면 국내 투자가 늘고, 고용이 창출되며 소비도 커져, 결국 내수 활성화로도 이어진다는 게 과거 한국 경제성장 구조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대기업의 수익이 투자나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2010년 15대 그룹의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2007년보다 각각 60%가량 늘어났지만 설비투자는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투자 대비 고용효과도 줄어들었다. 연간 투자규모가 12.3% 늘어도 고용은 2.2% 증가하는 수준이다.

현 정부 들어 대기업 밀어주기는 더욱 심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환율 정책’이다. 현 정부 출범 직전 940원가량이던 원·달러 환율은 1년 만에 1200원대로 치솟았고 지금도 112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환율상승은 원자재 가격을 높인다. 기름값과 밀가루값이 오르니 지갑이 얇아지고 소비는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가량 오르면 민간소비는 약 2000억원 감소한다.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8) 자영업, 새로운 대안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수출대기업을 살찌웠지만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찬물을 끼얹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런 기조는 여전히 남아 있고 언제든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 재편으로 내수의 동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가 독자적으로 내수를 창출할 수는 없다”며 “수출비중이 높은 대기업보다 내수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과의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해야 중기 육성에 따른 내수 활성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봤다. 홍 교수는 “2009년 현재 중소기업에 들어가 있는 금융지원금이 130조원에 달한다”며 “이 돈의 10분의 1 규모를 우수 중소기업의 임금보조금으로 돌린다면 내수진작 효과가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복지 강화로 동력 확충

자영업자는 각종 연금과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노후 등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고, 한번 실패할 경우 빈곤계층으로 추락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월급쟁이’ 위주의 연금·복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의 사회복지를 강화해 잠재적 경쟁력을 확충하는 한편 퇴로를 열어줘 미래 국가경제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정부가 자영업자를 복지정책 대상에서 제외한 채 임금근로자만 고려했다”며 “자영업자는 한번 무너지면 빈곤계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복지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 연구위원은 ‘정부지원형 실업보험저축계좌’ 도입을 제안했다. 자영업자별로 개인계좌에 일종의 실업급여를 적립하면 정부가 일부 보조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이렇게 모인 돈을 폐업 후 수령해 미래자금으로 사용하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기존 연금제도와 4대보험만 강화해도 적잖은 효과를 거둘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경아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불규칙한 자영업자들이 공적 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선 자영업자가 창업 초기에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6개월간 유예기간을 줘 낮은 보험료를 적용한다”며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일단 기존 연금제도에 발을 들여놓도록 유도하는 방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를 위한 맞춤형 복지를 위해선 정확한 자영업자 현황을 파악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올 초 도입된 자영업자 고용보험 대상자를 적극 확대하고, 현재 산재보험 대상에서 제외된 1인 자영업자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정책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

자영업 정책을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자영업 문제엔 경제정책 기조와 복지, 고용, 서비스산업, 공정거래체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자 지원을 주로 담당하는 곳은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진흥원이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과 교육 등을 맡는다.

지식경제부는 프랜차이즈 지원과 기업형슈퍼마켓(SSM) 대책 등을 담당한다. 고용노동부는 자영업자 고용·산재보험과 창업지원 등을,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 등록을 받고 각종 규제책을 내놓는다. 금융위원회도 카드수수료 조정 등의 역할을 한다. 이처럼 정책기능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다 보니 ‘밥그릇’ 다툼만 있고 통합 조정기능이 약해진다. 더구나 중기청은 차관급이어서 통제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자영업 살리기’가 대선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새 정부조직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자영업자 지원기금 1조원 조성’과 ‘5년 단위 지원책 수립’ 등을 책임질 ‘소상공인진흥공단’ 신설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통합당은 자영업 문제를 전담할 장관급 기관인 ‘중소상공부’(가칭) 설립 계획을 내놓았다.

기존 부처 한 군데를 선정해 통합조정 기능을 일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재호 위원은 “굳이 정부기구를 확대하는 것보다 기존 부처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며 “산업 육성 개념으로 접근하려면 지경부에, 고용문제로 해법을 세우려면 노동부에 통합기능을 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특별취재팀 홍재원·김보미(산업부), 이재덕(경제부), 이혜인(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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