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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 당연하다

입력 2012.08.23 21:07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쓸 때 실명 인증을 하도록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의5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을 선고했다. 시대착오적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확대한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

헌재가 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으로 본 주된 이유는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사업자들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이후 달성할 공익 효과가 명백해야 한다”며 “불법 게시물이 크게 줄지 않았고, 이용자들이 해외 사이트로 도피하는 등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이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공익을 달성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익명에 의한 악성 댓글의 폐해를 줄일 목적으로 2007년 도입됐다. 당초 하루 평균 이용자 수 30만명 이상의 사이트가 대상이었으나 2009년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으로 바뀌면서 주요 사이트가 대부분 규제를 받게 됐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만 억압할 뿐 실효성은 거두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옥션과 SK커뮤니케이션즈, KT 등에서 대규모 해킹 사건이 잇따르면서 개인정보 유출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 이후 실명제 강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 등을 통해 끊임없이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해왔다. 명분은 개인의 명예훼손을 막는다는 것이었지만, 속내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여론을 틀어막겠다는 반민주적 발상이었다. 오죽하면 미국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비판하며 “온라인의 익명성은 정치적 반대의견 표명이나 기업의 비리를 폭로하려는 내부고발자에게 필수적 요소”라고 지적했겠는가.

인터넷에서 익명에 기대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비방, 욕설을 하는 행위는 명백한 폭력이다. 그러나 이를 규제한다는 명분으로 실명제를 도입한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에 불과했음이 헌재 결정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유명인사에 대한 명예훼손 등 부작용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각 사이트의 모니터링과 현행법 규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표현의 자유 확대가 당장 다소간의 혼란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이는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헌재가 지적한 대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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