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파는 주중 대거 탈당 예고
통합진보당이 끝내 분당의 길에 들어섰다. 당내 구주류 당권파는 이석기·김재연 의원 사퇴 불가 뜻을 굽히지 않고, 신주류 쇄신파는 대거 탈당을 예고해 이번주가 당 운명을 가를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3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강기갑 대표가 제안한 ‘혁신 재창당’ 안건을 최종적으로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쇄신파와 당권파가 이·김 의원 사퇴 등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서다. 6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도 안건 자체가 합의되지 않아 무산됐다.
강 대표는 앞서 당권파 측에 ‘5·12 중앙위 폭력사태 사과, 당권파 전원 당직 사퇴, 이·김 의원 자진 사퇴’의 3가지 선결조건 수용을 요구해왔다. 이날 최고위에서도 당권파 측은 이를 거부했다.
사죄 단식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가 3일 국회 의정지원단에서 당 내분 사태에 국민과 당원에게 사죄하는 의미로 단식을 시작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강 대표는 지난 1일 이석기 의원과 비공개로 단독회동해 사퇴 의사를 물었다. 이 의원은 여기서도 거부 의사를 밝히며 “분당은 안된다.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표는 이날 회의 후 “사실상 혁신이 실패했다. 총체적 책임을 지고 국민과 당원께 석고대죄와 처절한 보속의 시간을 갖겠다”며 단식을 시작했다. 협상 결렬은 예상됐던 터라, 강 대표 단식 돌입을 두고 분당의 명분쌓기라는 해석이 많다.
쇄신파는 혁신 재창당이 거부되면서 당권파와의 결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쇄신파는 이번주 중 국민참여당계 당원을 중심으로 집단 탈당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당계는 대다수 당원들로부터 탈당계를 받아둔 상태다. 쇄신파의 다른 두 주체인 인천연합·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도 탈당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쇄신파는 그러나 향후 진로에 대해선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다. 대선 전 독자적인 새 진보정당을 창당할지, 민주노총 등 진보시민사회 세력과 연대를 먼저 할지 등이 관건이다. 쇄신파의 한 관계자는 “노동 중심성이 회복돼야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세력과의 연대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권파는 쇄신파가 집단 탈당하면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당권파 중심으로 체제를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날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이정희 전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대선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정치 내 소수로 전락할 위기에서, 대표급 인사로 주목도와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노회찬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진보정당의 존립 이유가 소멸해 가는데 국회의원직만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이석기 의원은 속죄하는 심정으로 저와 함께 의원직을 동반사퇴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당권파 이상규 의원은 “두 의원 사퇴를 주장하는 것은 진보적 원칙에 맞지 않고 다시 극단적 대결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