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36개월째 밑돌고 있다. 역대 최장기간이다. 반면 가계부채는 18개월째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 소비 침체와 내수 부진에다 수출까지 저조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 자료를 보면,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실질)은 2009년 3분기 이후 2012년 2분기까지 전년 동기대비 0.4~6.9%에 그쳤지만 실질 경제성장률은 1.0~8.7%를 기록했다. 12분기(36개월)째 경제성장률(실질)을 밑돌았고 있는 것으로 소비 침체가 외환위기나 카드대란 당시보다 더 길게 이어지고 있다.
외환위기를 전후한 1996년 3분기∼1998년 4분기 10분기(30개월) 동안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돌았다. 카드 대란 시기에는 2002년 4분기∼2005년 1분기까지 10분기에 걸쳐 비슷한 현상이 생겼다. 삼성경제연구원 이은미 수석연구원은 “소비증가율이 성장률을 밑돈다는 것은 심각한 소비저하 현상을 뜻한다”면서 “이로 인한 내수부진으로 국내 성장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여력이 되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신용(총잔액 기준) 증가율(명목)은 2011년 1분기 이후 2012년 2분기까지 6분기(18개월)째 성장률(명목)을 웃돌았다. 이 기간 가계신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6∼9.1%에 달했지만 성장률은 3.5∼7.0%에 그쳤다. 가계금융 조사 결과에서도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한 가구는 2010년 71.8%에서 2011년 74.2%로 불어났다. 이런 부담 탓에 식품ㆍ외식비(39.7%), 레저ㆍ문화비(26.2%) 등 내수와 관련성이 높은 부문의 지출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나왔다.
문제는 이제는 경제성장률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6%에서 2.5%로 1.1%포인트 내렸다. 내년 성장률은 종전 4.1%에서 3.4%로 0.7%포인트 낮췄다. LG경제연구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끌어내렸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0일 중앙공무원교육원 특강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아직 소득증가율보다 높은 상황이다”며 소비침체와 내수부진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