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라는 단어 7번 등장
인혁당을 ‘민혁당’으로 발음
“국민이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24일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 원고를 준비하면서 초안에 없던 이 내용을 직접 추가했다고 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장인의 좌익 활동 전력이 거론되자 “그러면 제가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라고 반문한 것을 연상시켰다. 박 후보는 이날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으킨 5·16 쿠데타, 유신,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 과거사에 대해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일’은 쉽지 않았던 듯 곳곳에 고심의 흔적이 엿보였다. 그는 이날 ‘아버지의 고뇌’를 언급하는 것으로 회견을 시작했다. “아버지한테는 경제발전과 국가안보가 가장 시급한 국가 목표”였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고통받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침해받았던 일”이 있었다는 인식이다.
박 후보는 “저는 아버지께서 후일 비난과 비판을 받을 것을 아셨지만 반드시 국민을 잘살게 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목표와 고뇌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선의를 강조했다. 그 전제하에 아버지 시대의 일을 “헌법 가치의 훼손”이라고 재정의했고, 피해를 입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아버지’라는 단어는 회견 동안 7번 등장했다. 상기한 탓인지 박 후보는 ‘인혁당’을 ‘민혁당’으로 잘못 말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시종 차분한 목소리로 회견문을 읽어나가면서 인정에 호소했다. 그는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 희생자 유족들을 거론할 때는 “저 역시 가족을 잃는 아픔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회견문을 읽은 뒤 그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대신 기자실을 나서며 “이번 사과가 마지막이라고 보면 되나”라는 질문에 “제 진심을 받아들여주시면 좋겠다. 오늘 제가 말씀드린 내용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고, 앞으로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