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16일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해 사전 협의 없이 MBC 민영화 작업을 진행하고 정수장학회의 지분매각을 논의한 것을 사과했다. 그러나 MBC 지분매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에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김 사장은 그러나 지난 8일 정수장학회 회동 시 논의된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변해 이사진으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았다.
김 사장은 이날 방문진 임시이사회에 출석해 “방문진과의 협의 없이 지배구조를 논의한 것은 미흡한 일이었다”고 사과했다. 김 사장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의) 회동 당시 베트남 출장을 가서 이렇게까지 진전이 된 줄 몰랐다”며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그는 “(이진숙 본부장이) 만나러 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와서 보니 너무 많이 진전돼 있어 당황했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지분의 매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김 사장은 이사회에서 “이렇게 된 상황에서 공개 안 할 수가 없지 않으냐”며 “다 드러났으니 이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사회를 마치고 나가면서는 “민영화가 아니라 지배구조를 개선해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부인하면서도 지분매각 추진을 중단할 계획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의 추천을 받은 최강욱 이사는 “오늘 김 사장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한 것도 아니고 발뺌으로 일관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여당 추천 이사들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김 사장의 오늘 발언은) 다 말장난”이라며 “방문진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