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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이달 항소심… 박정희 정권의 주식 헌납 강압 정도·원상회복 요구 시점이 쟁점

입력 2012.10.17 23:00

수정 2012.10.1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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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지분 매각과 MBC 민영화 논란이 한창이지만 이 문제는 사실상 법원이 열쇠를 쥐고 있다. 법원의 결정이 나기 전에는 정치적 해법이나 매각작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김지태씨 유족들은 “강탈당한 언론사 주식을 돌려달라”며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소송을 내 현재 항소심 첫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1심 법원은 주식 헌납에 강압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시효가 지났다며 돌려줄 필요는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이 전향적 판단을 내리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항소심에서도 쟁점은 김씨가 주식을 강제 기부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강압을 받았는지와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는지 여부다.

이정호 전 부산일보 편집국장(오른쪽)과 부산일보 노조간부 등이 지난달 10일부터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정수장학회 해체와 부산일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기남 기자

이정호 전 부산일보 편집국장(오른쪽)과 부산일보 노조간부 등이 지난달 10일부터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정수장학회 해체와 부산일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기남 기자

김씨가 “박정희 정부의 강압을 받아 주식을 건넸다”는 판단은 향후 재판에서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정원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두 차례 정부 강압을 인정하는 보고서도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씨가 어느 정도의 강압을 받았다고 보는지가 중요하다. 관련법상 강압에 따라 이뤄진 계약은 무효로 할 수 있다. 아예 없었던 일로 돌아가기 때문에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데 법적인 제한기간도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경우의 조건을 “의사결정의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라고 엄격히 해석하고 있다. 김씨가 친지와 자신이 구속된 상태에서 강압적인 재산기부 요구를 받았다 하더라도, 기부승낙서에 서명하게 할 당시의 구체적이고 절대적인 강압이 인정되지 않으면 무효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 역시 이러한 판례에 따라 김씨가 받은 강압이 계약을 무효로 돌릴 정도는 아니었다고 봤다.

항소심에서도 “강압이 있었지만 극심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하면, 쟁점은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이 언제부터 시작되는지로 옮아간다. 김씨의 주식 증여가 ‘무효’는 아니더라도, 강박을 받았기 때문에 ‘취소’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법 146조는 이 취소권을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가 이뤄진 날로부터 10년 내로 제척기간을 둬 제한하고 있다.

유족 측은 항소심에서도 제척기간의 시작 시점을 주요 쟁점으로 보고 대응할 예정이다. 유족들은 그 시작점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1979년 10월26일부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통치 기간 동안에는 취소해달라고 요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김지태씨는 박 전 대통령 사망 직후인 1980년 5·16장학회에 주식반환청구서를 보냈다.

1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여계약이 이뤄진 1962년 6월20일에서 10년이 지나 이미 취소권이 소멸됐다’고 봤다. 이 역시 유사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따랐다. 대법원은 2002년 말 전두환 정권이 부정축재자 재산환수를 명분으로 김종필 당시 공화당 총재, 김진만 의원 등을 구속했다가 재산을 기부받고 풀어준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렸다. 김지태씨처럼 수사 과정에서 위협과 재산헌납 요구를 받아 토지를 내놓은 사건이다. 대법원은 두 사건 모두에서 “증여한 당시부터 10년이 지났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진만 사건의 경우 2심에서 “국가가 위법하게 강탈한 재산에 대해 동일하게 취소기간을 진행한다고 봐 원상회복을 봉쇄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고 원고승소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파기환송했다.

법조계에서는 하급심이 사실상 대법원 판례에 구속되는 만큼 항소심에서 이 같은 법 해석을 깨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족들이 “대법원까지 가서 전향적 판결을 받겠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야 법조계는 사법부가 과거의 판례에만 기대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과거사청산위원장 장완익 변호사는 “국가가 꼼짝 못하게 강박하면서 주식헌납을 강제한 사건에 대해서 1심 판결은 강압의 정도가 취소 사유에 불과하다고 봤다”며 “항소심에서부터 사실관계를 좀 더 명확히 따져 전향적인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물 정수장학회 긴급토론회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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