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장학회라더니… 장학생들은 추모행사 반강제 참여
정수장학회가 장학사업과는 별개로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사업을 꾸준히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의 모임인 ‘청오회’ 회원들은 박 전 대통령 내외의 추모 행사와 생가 방문에 참석해왔다.
그러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정수장학회는 어떠한 정치활동도 하지 않는 순수한 장학재단”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정수장학회가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한 이사회 회의록에서 확인됐다.

지난해 9월21일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정수장학회가 박 전 대통령 추모사진집 발간에 돈을 지원하는 과정이 기록돼 있다. 이날 회의에서 ㄱ이사는 “내년 재단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여 설립자이신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을 구상하고 있던 중에 출판사 기파랑에서 박 대통령의 일생을 조명할 수 있는 사진집을 출판하겠다며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또 “희귀 사진들을 찾아내 박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대별로 정리하겠다고 하니 값진 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ㄴ이사는 “박정희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설립자의 업적을 알리는 좋은 기회도 될 듯하다”고 했다. 이 안건은 참석자 전원 찬성으로 이사회를 통과했다. 사진집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다음달에 나올 예정이다. 사진집을 발간하는 출판사 기파랑의 대표는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지낸 안병훈씨다. 그는 박 후보의 원로 자문 그룹인 ‘7인회’ 멤버이기도 하다.
정수장학회는 또 사진·회화 공모전인 ‘정수대전’ 시상식에도 2000년 첫 행사 이후 매년 수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행사는 매년 박 전 대통령 생일인 11월14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다.
정수장학회는 중국 옌볜대학교에도 장학금을 지원했다. 2006년 9월7일 지원을 결정한 회의록을 보면 “1993년에 <박정희경제논저선>의 중국어판을 편찬했고 최근에는 한국 산업화의 원동력이 된 새마을정신을 학생들에게 널리 보급하고 있다”며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는 별도로 청오회는 단체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과 박정희·육영수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은 “청오회 전국 11개 지역 지부 가운데 일부는 회칙에 ‘공식 모임에 2회 이상 참여하지 않으면 장학금 지급을 중단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