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장학회(정수장학회 전신) 설립자인 고 김지태씨의 재산헌납에 당시 군사쿠데타 세력의 강압성이 있다고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또 나왔다.
부산고법 민사5부(윤인태 부장판사)는 김씨 유족이 정부와 부산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진정명의회복을 위한 소유권 이전등기 등’ 청구소송 판결에서 “김씨의 증여 의사 표시는 대한민국 측의 강박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사정부의 다소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중앙정보부가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하지 않으면 김씨나 가족 등의 신체와 재산에 어떤 해악을 가할 것처럼 위협하는 위법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가 “강박으로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헌납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증여 의사 표시를 무효로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증여 의사 표시를 취소할 수는 있었으나 이미 시효(10년)가 지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국 원심대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김씨 유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2월 내린 결론과 유사하다.
김씨 유족이 소송을 통해 돌려달라고 요구한 땅은 김씨가 1958년 부일장학회를 설립하려고 산 뒤 본인, 부산일보, 부일장학회 임원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했다가 1962년 언론 3사(부산일보·한국문화방송·부산문화방송) 주식과 함께 국가에 헌납한 1만5735㎡다. 현재 부산 부산진구, 남구, 해운대구에 있는 이 땅의 소유권은 1962년 7월 정수장학회(당시 5·16장학회)로 넘어갔다가 이듬해 7월 정부로 귀속돼 대부분 도로로 사용되고 있다.
김씨 유족 측은 “정부에 강탈된 땅의 반환이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 안된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가의 불법과 강압을 인정하면서 소멸시효를 운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김씨 유족은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