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구 ‘장물바구니’ 북콘서트
정수장학회를 다룬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53)의 책 <장물바구니-정수장학회의 진실> 출판기념회가 5일 저녁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카페에서 열렸다. <장물바구니>는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설립자 고 김지태씨의 출생부터 최근의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운동까지를 속속들이 담은 책이다. 한 교수는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에서 부일장학회 헌납사건 조사를 담당했으며, 현재 정수장학회공대위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작가 서해성씨가 사회를 맡아 한 교수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 시사평론가 김용민씨,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등과 대화를 나누는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 교수는 “단기간에 집필해 빈틈이 많을 것”이라고 털어놓으며 서둘러 출판한 이유에 대해 “역사학의 현실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욕심과 정수장학회 문제해결의 시급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박정희 정권이 국가권력을 악용해 강탈한 것”이라며 “정수장학회는 장물로 이뤄진 만큼 해체해 새로운 공익법인으로 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서울 중구 정동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열린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운데)의 <장물바구니-정수장학회의 진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시사평론가 김용민씨(왼쪽)가 축하의 말을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이야기는 자연스레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정수장학회의 관계로 이어졌다. 한 교수는 “박 후보에게 정수장학회는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이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저주받은 유산”이라며 “출판기념회에 박 후보를 초청했는데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김지태씨를 친일파, 부정축재자라고 한 것에 대해 “가해자가 피해자를 욕보이는 것은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사”라며 “그것은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용민씨는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이 실종된 지금 토론을 통해 박 후보를 알 수 없다면 정수장학회로 그의 민낯을 봐야 한다”며 “대선과 맞물려 정수장학회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교수는 “박 후보에게 정수장학회는 꼭 검증해야 할 사안인데 사실이 아닌 왜곡된 기억을 사실로 알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이 책이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김지태씨의 유족도 참석했다. 김씨의 아들 영철씨는 “이 책으로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이 밝혀져 진실이 알려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새로운 세대들도 많이 읽어 암울했던 역사와 슬프고 굴욕적인 이 사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