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과 방문 일정 겹쳐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84)이 최근 비공개로 베트남을 다녀온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최 이사장의 베트남 체류 기간에 김재철 MBC 사장도 베트남을 방문했다. 최 이사장은 지난달 8일 MBC 경영진과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을 위해 회동한 사실이 폭로된 이후 대외 접촉을 피한 채 잠적한 상태다.
최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베트남 하노이에 머무르다 지난 1일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수장학회 이사장 자격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그는 지난달 29일 베트남교육진흥기금에서 열린 장학금 수여 행사에 참석했다. 최 이사장은 이날 베트남 현지 관계자들과 기념 사진도 찍었다.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 내부에서조차 이사장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도 자신의 건재를 과시한 것이다.
2008년부터 베트남에서 장학사업을 해온 정수장학회는 베트남교육진흥기금에 연간 2만달러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또 2007년 베트남의 NGO 총연합회인 국민원조대외조정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이듬해부터 고엽제 피해자 자녀들에게 매년 2만달러씩의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달 29일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교육진흥기금(VFPE)에 장학금을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수장학회의 베트남 장학사업은 박정희 전 대통령 선양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최 이사장은 2008년 하노이에서 열린 장학금 전달행사에서 “베트남에서도 정수장학회의 설립자인 고 박정희 대통령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베트남 장학사업의 재원은 장학회가 지분 30%를 갖고 있는 MBC의 추가 기부금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2008년부터 MBC에서 매년 지원받은 2만달러를 정수장학회 명의로 고엽제 피해자 자녀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는 이와 별도로 2만달러를 추가로 지원받아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 베트남 출장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던 김재철 MBC 사장은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베트남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이사장과는 베트남 체류 일정이 이틀간 겹친다. 당초 MBC 관계자들과 함께 31일 오전 10시 항공편으로 호찌민을 방문하기로 했던 김 사장은 단체 일정에 포함된 예약을 취소하고 별도의 항공편을 통해 출국한 것으로 전해져 최 이사장과 만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사장은 베트남 도착 다음날인 1일 호찌민에서 열린 한·베트남 고엽제 피해자들의 자전거 국토 종단 출정식에 참석했다. 이날 출정식에는 김 사장을 비롯해 부 수안 홍 베트남국제친선협회장과 서철재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베트남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부 친선협회장과 서 지부장은 지난달 29일에는 정수장학회의 장학금 전달행사에도 참석해 최 이사장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을 정도로 정수장학회와 MBC 양쪽 모두와 친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