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시진핑에 앞서지 않을 것이며 뒤처지지도 않을 것”
시진핑(習近平·59) 중국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57) 부총리는 향후 10년간 중국을 이끌 5세대 지도부의 핵심 2인이다. 시 부주석은 오는 15일 당 총서기로 선출되는 데 이어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에 오른다. 리커창 부총리는 15일 상무위원에 재선되고 내년 3월 국무원 총리로 정식 선출될 예정이다. 중국의 총리는 내각의 정책 집행과 인사권을 쥐고 있으며 사실상 국가원수급이다.
문제는 시진핑과 리커창이 정치적 기반은 물론 성장 배경과 가치관 등에서 차이가 있어 순항할지 미지수란 점이다. 시진핑과 리커창은 각각 당내 태자당(당·정·군 혁명 원로 자제 그룹)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그룹을 대표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계파의 주석과 총리 조합이 탄생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전임 주석이나 총리들과 비교해 시진핑과 리커창 체제의 차별성은 두드러진다.
중국 차기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국가부주석(왼쪽)과 차기 총리 내정자인 리커창 부총리가 지난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회의를 마치고 걸어나가고 있다. 베이징 | AP연합뉴스
▲ 다른 계파 주석·총리 조합
리커창, 개혁 성향 더 짙어
손발 잘 맞춰갈지 미지수
지난 10년간 후진타오(胡錦濤·70)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70) 총리는 갈등의 요소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 총리가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무계파인 데다 태자당보다는 공청단 계열에 가까운 성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1998년 총리에 오른 주룽지(朱鎔基·84) 전 총리의 경우 개성이 강하긴 했지만 당시 장쩌민(江澤民·86) 주석과 같은 상하이방 출신이어서 호흡에 별 문제가 없었으며 줄곧 성장지향적인 개방·개혁정책을 폈다.
시진핑과 리커창은 성장 배경부터 확연히 다르다. 시진핑의 부친이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란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리커창의 부친 리펑싼(李奉三)은 지방정부의 중간급 간부로 안후이성 펑양현 현장, 안후이성 원롄(文聯·문학예술계연합회) 등에서 일했다. 성격은 시진핑이 덕장형이라면 리커창은 재사(才士)형으로 알려져 있다. 리커창은 대학졸업 후 베이징대학 당위원회 고위 간부의 권유로 유학을 포기하고 베이징대 공청단위원회 서기를 맡으면서 정치의 길로 접어들었다. 공청단 활동 경력만 15년이 넘는 반면 시진핑은 일찌감치 지방행을 택해 지방에서 잔뼈가 굵었다.
리커창의 대학 친구 중에는 후일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인사들이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망명활동을 하는 인사들은 리커창의 개혁 성향에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시진핑보다 적극적으로 정치개혁을 주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베이징대 재학시절 리커창과 영국의 법률서를 함께 번역했던 양바이쿠이는 지난 10일 워싱턴포스트에 “민주주의까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가 입헌제와 법치를 신봉한다는 점은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리커창이 대학재학 시 활발한 학생운동을 했다며 개혁적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진핑은 경제적으로는 개혁·개방파에 속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일당 지배체제를 흔들 것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리커창이 정치개혁에 과감한 목소리를 낸다면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리커창이 당의 입장에서 벗어나 급진적 개혁을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전직 관료 옌화이는 “시진핑이 얼마나 나갈 것인지가 리커창이 얼마나 나갈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리커창은 시진핑 앞에 가지 않을 것이며 그의 뒤에서 지체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주간지 편집장 출신의 리다퉁도 “리커창은 시스템에 묶일 것이며 권한 또한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에 대한 생각 역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커창은 임대주택과 식품안전, 공공의료, 기후변화, 청정재생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많다. 지난 30년간의 개혁·개방 후유증을 치료해야 하며 중국 경제의 체질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시진핑은 상하이와 저장성 등 부유한 동부 연안에서 주로 근무해 성장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편이다.
시진핑·리커창 체제의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해 주목되는 인물은 왕치산(王岐山·62) 부총리다. 그는 태자당 출신으로 시진핑과 가깝다. 경제·금융 분야에 그의 인맥이 많다는 사실은 리커창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인민은행장으로 유력한 러우지웨이 중국투자공사(CIC) 회장도 왕치산이 챙기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왕치산은 당의 기강을 담당하는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를 맡을 것이란 전망도 있어 경제에서는 손을 뗄 가능성도 있지만 서방 세계와 인적 네트워크가 긴밀하고 실력을 인정받고 있어 리커창으로서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존재다. 주룽지 전 총리가 왕치산을 차기 총리로 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한때 긴장감도 돌았다.
시진핑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50)은 스타 가수이며 리커창의 배우자인 청훙(程虹·55)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교수로 알려져 있다. 그는 베이징 수도경제무역대 영문학과 교수로 학생들에게 ‘내 마음속의 교수님 10인’에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