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야금야금 합병증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꾸준한 관리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당뇨병 실상은 이와는 거리가 있다.
국민건강보험 진료통계나 대한당뇨병학회의 환자분석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는 300만명 내외로 성인의 7~8%(30대 이상 10%)에 달한다.
상당수가 환자인 줄 모르고, 환자로 판명되더라도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며, 가장 기초적인 자가 혈당 측정을 게을리하고 있다. 더욱이 당뇨병 고위험군(전 단계)이 수백만명에 달한다. 당뇨병 환자의 약 5%는 진단 당시부터 당뇨병 합병증을 가지고 있다. 당뇨대란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개연성이 농후한 실정이다.
![[건강]당뇨병 고위험 단계서도 합병증은 진행된다](https://img.khan.co.kr/news/2012/11/15/l_2012111601001970000178181.jpg)
당뇨병학회가 2007~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30대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 4명 중 1명(26.6%)은 자신이 당뇨병인 줄 모르고 있었다. 30~44세 젊은층에서는 인지율이 절반(54.4%)에 그쳤다.
환자수 추계(30세 이상)를 보면 2010년 320만명에서 2020년 424만명, 2030년 517만명, 2040년 580만명, 2050년 591만명으로 가파른 상승이 예상된다. 30세 이상 성인의 약 20%인 620만명이 당뇨병 전 단계를 말하는 지표 중 하나인 공복혈당(전날 저녁 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한 혈당 수치) 장애(100~125㎎/dL)에 속한다. 앞으로 당뇨병 환자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29.5%만이 일정한 기간 동안의 평균 혈당치를 일컫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기준치인 6.5% 미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환자의 50%는 7%를 넘는다. 혈당 조절 목표치를 벗어난 것이다. 또 환자들의 37%만이 혈압이 조절 목표치(130/80㎜Hg) 이내이다. 당뇨병 환자는 혈압을 아주 엄격하게 조절해야 합병증 발생이 줄어든다.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한당뇨병학회와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주최로 열린 ‘제2회 그린스타 캠페인’의 참가자가 약 30만개의 버려진 인슐린펜으로 만든 ‘희망의 터널’ 안에 당뇨병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김정근기자
당뇨병학회 차봉연 이사장(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은 “환자의 상당수가 당뇨병 관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정기적인 혈당 측정조차 하지 않고 있어 문제”라면서 “당뇨병 전 단계의 경우라도 합병증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혈당이 높으면 당뇨병 신증, 족부궤양, 심혈관질환(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당뇨망막병증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잘 유발하게 된다. 당뇨병 신증은 말기신부전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환자는 미세알부민뇨에 대한 선별검사 및 사구체여과율을 예측하기 위한 크레아티닌 검사를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받아야 한다.
족부궤양과 이로 인한 다리 절단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및 말초동맥질환의 흔한 합병증이다. 당뇨병이 있으면 발에 상처나 염증이 생기기 쉽고, 염증의 진행 속도가 빨라 조그만 상처도 심각한 족부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당뇨성 족부궤양 환자 4명 중 1명꼴로 절단수술을 받는다. 모든 당뇨병 환자는 족부궤양 및 하지 절단의 위험인자를 확인하기 위해 매년 종합적인 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매일 발을 관찰하고 발톱과 피부를 포함하는 적절한 발 관리, 적절한 신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원인은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이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2~4배 더 높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혈당 조절뿐 아니라 심혈관질환의 여러 위험인자에 대한 평가 및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심혈관질환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외 많은 연구에서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를 철저히 조절하면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음이 밝혀져 있다. 따라서 철저한 혈당 조절과 함께 식사 및 운동요법, 금연,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경우 체중 감량과 함께 적극적인 혈압과 고지혈증 조절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은 황반변성, 녹내장과 함께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안과질환이다. 실제 망막질환으로 실명하는 환자 4명 중 1명이 당뇨망막병증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일단 당뇨병으로 진단받으면 정밀한 안과검진을 받아야 하며, 망막합병증이 없어도 1년에 한 번은 안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편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14일 ‘세계 당뇨병의 날’을 맞아 ‘당뇨병 합병증 알림표’를 발표했다.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의 위험성을 수치로 한눈에 보여준다. 이 병원의 당뇨병센터장인 성연아 교수(내분비내과)는 “당뇨병 합병증 알림표는 합병증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고, 조기에 당뇨병을 진단하며, 혈당을 철저히 조절토록 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뇨병 합병증 알림표를 보면 당뇨병 신증은 당뇨병 환자의 20~40%, 족부궤양은 15% 정도, 관상동맥질환은 10% 내외, 뇌혈관질환은 7%선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망막질환 실명 환자 중 25% 정도가 당뇨망막병증 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