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등급 이하 저신용·다중채무…주택담보대출자 23만여명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빚을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자’가 19만명에 이르고 저신용·다중채무 주택담보대출자가 23만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제2금융권의 부실채권 위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394조9000억원이었다. 은행권이 312조1000억원(79%), 제2금융권이 82조8000억원(21%) 등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이 2일 내놓은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현황’을 보면 경기 부진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집을 둘러싼 가계부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 전 금융권 대상의 실제 통계치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은 금융 관련 연구소의 추정치가 전부였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가 지난달 30일 현재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재건축 아파트 평균가격이 3.3㎡당 2895만원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전주보다 4500만원 이상 하락한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 | 연합뉴스
■ ‘깡통주택자’ 19만명
지난 9월 말 현재 금융권(은행 제외는 6월 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 초과대출액은 85조8000억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21.9%를 차지했다. 대출자는 94만2000명에 이른다. LTV 70% 초과대출액은 26조7000억원(6.8%), 24만명이었다. LTV 80% 초과대출액도 4조1000억원(1%), 4만명에 달한다. 금감원은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빚을 못 갚아 경매에 넘어간 주택의 평균 경락률(시가 대비 경매낙찰가) 76.4%를 기준으로 초과대출 규모는 13조원(3.3%), 이른바 ‘깡통주택자’인 대출자는 19만명으로 봤다. 깡통주택자는 주택가격 하락 폭이 큰 수도권에 집중됐다. 수도권의 경락률 초과 대출자는 18만명(12조2000억원), 지방은 1만명(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권별로는 상호금융이 11만명(6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 7만명(5조6000억원), 저축은행 1만명(5000억원) 등이다. 특히 제2금융권의 후순위 주택담보대출자는 15만1000명(5조7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LTV 70% 초과대출자는 3만명(1조8000억원)이었다. 후순위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밀려 바로 제2금융권의 부실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주택담보대출 연체자 4만명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95%에서 지난 3월 말 1.15%로 올라선 후 8월 말 1.32%까지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 8월 말 기준 11.58%, 여전사는 5.22% 등을 보였다. 은행권 연체율 0.91%와 현저히 차이 났다. 경기침체로 취약계층의 빚 상환능력이 그만큼 나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담보대출자 가운데 1개월 이상 빚을 못 갚고 있는 연체자는 4만명으로 모두 7등급 이하 저신용자였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자 가운데 0.8%에 해당한다. 연체규모는 4조5000억원, 비중은 1.1%이다.
상호금융이 1만9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 1만7000명, 저축은행 2000명 등 순이었다. 은행권의 경우 내년에 일시상환대출의 62.0%가 만기가 도래한다. 분할상환대출의 27.1%가 거치기간이 종료돼 본격적인 빚상환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내년에 경기침체 지속으로 소득이 증가하지 않고 주택 가격이 추가로 하락한다면 빚을 갚지 못하는 연체자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저신용·다중채무 주택담보대출자 23만명
7등급 이하 저신용자이면서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의 주택담보대출액은 25조6000억원, 전체 주택담보대출액 가운데 4.8%에 해당한다. 이들은 모두 23만명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자의 4.1%를 차지한다. 23만명 대부분이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고금리의 제2금융권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 중 고위험군으로 제2금융권만을 이용하는 주택담보대출자는 7만명, 대출액은 7조원에 이른다. 은퇴에 접어든 50세 이상의 고령층 저신용·다중채무자 상황도 심각하다. 이들은 9만명으로 주택담보대출액은 11조1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에서도 제2금융권만을 이용하는 대출자는 3만명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부실위험이 있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와 LTV 80% 초과 대출을 중심으로 위험상황과 채무상환능력 등에 대해 이달 중 정밀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